"운전자 모르게 녹색등 3초 연장"…'딜레마' 사라지는 놀라운 결과 [스프]
교차로 정지선 직전에 들어온 황색등. 여러분은 어떻게 운전하시나요? 그냥 지나가면 우리나라에서는 신호위반입니다.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신호위반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경찰도 황색등에 지나갔다고 일률적으로 단속하지는 않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이런 사고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입니다. 경기도 북쪽에 넓은 연구 부지가 있습니다. 드넓은 땅에는 실제 도로와 신호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녹색등은 20초간 들어옵니다.
그다음 황색등, 적색등이 순서대로 켜집니다. 여기서 대체 어떤 기술을 연구하고 있을까요. 실험용 차량이 50km/h로 달렸습니다. 차량이 정지선에 거의 다다랐을 때, 분명 녹색등 20초가 다 됐는데 황색등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운전자는 느끼지 못하지만, 이상한 일입니다.
차량은 교차로를 안전하게 통과했습니다. 녹색등은 23초간 켜졌습니다. 원래 20초인 녹색등이 3초 연장된 것입니다. 비밀은 신호등 위에 달린 '레이더 검지기'에 있습니다. 검지기는 교차로 쪽으로 달려오는 차량의 위치와 속도를 계산합니다.
좀 더 설명하면
미국에서 나타난 효과는 유의미합니다. 신호위반은 이전과 비교해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제동거리가 긴 대형 차량은 신호위반이 무려 80% 줄었다고 건설기술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이 신호등을 언제 볼 수 있을까요? 우선 시범운영이 필요합니다. 연구원은 평택경찰서와 이미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말 평택 포승읍의 한 교차로에 설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평택당진항을 오가는 대형 차량이 무척 많이 다니는 곳입니다. 시범운영은 최소 1년 이상 필요합니다. 시범운영 결과 효과와 비용 등 여러 조건을 만족한다면 이르면 2026년부터 이 똑똑한 신호등을 다른 도로에서도 볼 수 있게 됩니다.
레이더 검지기는 특히 흥미로워서 좀 더 설명드립니다. 레이더를 쏜 뒤, 차량에 부딪혀 돌아오는 레이더로 위치와 속도를 측정한다는 점이 꼭 박쥐 같습니다. 돌아오는 신호의 개수를 파악해 일반 차량인지 아니면 트럭이나 버스 같은 대형 차량인지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대형 차량은 제동거리가 길어서 딜레마존을 그만큼 길게 적용해 준다고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신호등 위에 달린 시커먼 감지기가 꽤 스마트합니다.
한 걸음 더
특히 녹색등 시간이 1번 연장되고, 뒤따르는 차량에 또 1번 연장되고, 계속 이렇게 반복되면 어떻게 되는 거냐는 의문도 있습니다. 연구원은 신호등에 설정된 '최장 녹색등 시간'이 있기 때문에 결국 황색등으로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 녹색등이 30초, 최장 녹색등을 35초로 설정했다면, 35초에 정지선 직전을 통과하는 차량에는 시간을 더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 신호등도 딜레마존 문제를 100% 해결해주는 것은 아닌 셈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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