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출마자 피살되는 멕시코…마약 카르텔과 '선거 폭력' [스프]
아래 사진은 멕시코의 한 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야당 연합의 노에 라모스 페레티즈 후보입니다. 그는 지난 4월 20일, 멕시코 북부 타마울리파스주에서 지지자들의 초대를 받아 행사장에 참석했는데, 불과 1시간 후 선거 유세를 하다가 길 한복판에서 피살됐습니다.
지난 4월 1일 멕시코 중북부 과나후아토주 셀랴아시에서 시장 당선이 유력했던 기셀라 가이탄 후보도 선거 유세 도중 괴한의 총격에 숨졌습니다. 현지시각 5월 29일에는 게레로주의 코유카데베니테스 시장 선거에 나선 카브레라 후보도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6월 2일 인구 1억 3천만 명의 멕시코를 향후 6년간 이끌 지도자를 뽑는 대선이 치러지는데,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선거에서는 사상 첫 여성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터라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집권 좌파 모레나 후보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냐, 아니면 우파 야당 연합 후보인 소치틀 갈베스냐, 이렇게 두 여성 후보 간의 경쟁 구도가 공고한 상태인데, 이러한 여성 후보 간의 경쟁만큼이나 주목을 받는 건 바로 앞서 살펴본 멕시코의 '선거 폭력'입니다.
2일엔 대통령뿐 아니라 연방 상·하원 의원과 지방 단체장·의원 등 2만여 명의 공직자들도 함께 선출되는데, 5월 29일 기준으로 선거 기간에 숨진 후보자와 선거 운동원, 정당인 등은 최소 22명인 것으로 멕시코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5월 28일 기준 선거와 관련돼 숨진 사람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최소 34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과거 2021년 선거 기간에는 최소 32명이 숨졌다며 "멕시코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선출직 후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선거 폭력'의 상관관계?
김기현ㅣ선문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
"카르텔도 하나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카르텔들이 있잖아요. 경쟁하는 카르텔들끼리 자기한테 이롭지 않은 후보가 유력하면 자기들의 어떤 헤게모니를 빼앗길 수 있으니까 그걸 두고 이제 서로가 다투는 거죠. (카르텔과) 관계없는 사람이 선거에 나오는데 주로, 그렇게 나왔을 경우에 카르텔에서 (후보에게) 가서 '돈 받을래, 죽을래' 이러는 거예요. 그 선거 자금 그냥 받아버리면 안 죽겠지만, 그러면 (카르텔) 사람들한테 휘둘리는 거고, '나는 정말 청렴하게 가겠다' 이러면 죽을 수도 있는 거예요. 그게 루트인 그런 지역에서는."
멕시코 현지 언론도 카르텔 간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지역에서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주요 정당 후보가 공격 표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호주의 경제평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정치인을 겨냥한 범죄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멕시코 전·현직 정치인을 겨냥한 범죄는 2020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2020년 71건, 2021년 167건에서 지난해 275건을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 무력 분쟁 데이터를 분석하는 ACLED에 따르면, 정치인들은 범죄 집단의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더 큰 위험에 직면하는 걸로 파악됩니다. 구체적으로, 과나후아토, 게레로, 미초아칸 등 갱단 폭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3개 주에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도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선거 폭력' 해결의 구조적 어려움
김기현ㅣ선문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
"엘살바도르 같은 나라는 완전히 힘으로 눌러서 뭐 몸에 문신만 있으면 다 집어넣어서 남자들의 10분의 1을 감옥에 넣었다, 그런 이야기가 있거든요. 멕시코 같은 경우에는 그게 불가능한 게 카르텔들이 파워가 너무 세요. 그게 또 국가의 엄청난 달러 수입원이기도 하니까... 현 정부가 카르텔을 힘으로 누르기보다는 좀 더 포용적인 정책을 취했고, 경찰들을 못 믿어서 군의 일부를 빼서 그 사람들로 어떤 경찰 역할을 하는 부대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성공적이지를 않아서 오히려 폭력 수준은 전 정부 때보다는 좀 더 올랐죠."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2012년 11만 5천 명 수준이던 카르텔 조직원들은 2022년 17만 5천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는 멕시코 전체 인구의 0.1% 정도인데, 종사자 수만 놓고 보면 멕시코 10대 기업과 맞먹는 규모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에서 모두 양대 카르텔로 꼽는 곳은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과 시날로아 카르텔인데, 이들 단원은 전체 카르텔에서 각각 17.9%와 8.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101세인데 누적 매출액 11억"…기네스 기록 세운 日 여성, 비결은
- '선경 300억' 비자금 메모 공개…딸 노소영 판결에 결정적
- [단독] 국과수 "사고 전 비틀, 김호중 원래 걸음걸이와 달라"
- 부탄가스 수천 통 '펑펑'…폭발 10분 전 포착된 장면 주목
- "교제 중에도 폭력적, 쫓아다녀"…딸도 나서다 함께 참변
- 출소한 절도 19범이 또…여성 흠칫하자 쫓는 척 "저기!"
- "숭례문도 노렸다"…불법사이트 홍보하려 낙서 테러 사주
- [단독] "감내 힘든 조치" 경고…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검토
- "이첩 날 통화, 채 해병 언급 안 해"…대통령실, 의혹 부인
- AI 열풍에 9년 만에 "신규 원전"…2038년까지 4기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