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논쟁, 대학 축제서도 터졌다…국내 저작권 인식 아직은 부족 [TEN초점]
[텐아시아=이민경 기자]
대학교 축제 로고 카피 논란이 일어나면서 국내 저작권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성균관대학교의 축제 로고 카피 논란이 이어졌다. 그룹 세븐틴 앨범 속 타이틀 로고 디자인을 담당했던 그래픽 디자이너 팟(POT)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직접 문제를 제기한 내용이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팟은 2024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 대동제 '청춘전야'의 포스터를 게재하며 여러 이모티콘을 통해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해당 대학교의 로고가 지난 4월 29일 발매된 그룹 세븐틴의 곡 '청춘찬가'의 앨범 타이틀 로고의 카피(표절)라고 주장했다.
팟은 "왜 굳이 베낀 걸까. 세븐틴 팬심인가"라며 "'춘' 글자는 원본에도 있는데 그냥 그대로 갖다 쓰지 왜 찬을 잘라다가 춘을 만들었는가"라며 지적했다.
성균관대학교의 축제 로고 '청춘전야'와 세븐틴의 '청춘찬가' 로고 사이에는 상당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성균관대 축제 포스터를 보면, '청춘전야'에 들어간 'ㅊ'와 'ㅈ'의 모양은 세븐틴 로고 중 글자 '청'에 사용된 'ㅊ'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ㅑ'와 같은 모음의 디자인도 앨범 로고에 적힌 'ㅏ'와 상당한 유사성을 띤다.
단순 팬심으로 오마주를 했다 하더라도, 성균관대는 표절 의혹이 불거진 로고로 타투 스티커·응원 슬로건을 제작해 각각 4000원, 7000원에 판매해 이익을 거뒀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대중은 "선 느낌도 많이 유사하다", "한 글자 한 글자 떼어내서 확인해보면 몇 개는 글자 그대로 잘라 쓴 게 느껴진다", "심지어 팔았다니"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직 디자이너라는 한 대중은 "업계 사람인데 이 정도면 거의 베꼈다 해도 맞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자 성균관대 총학생회 디자인홍보국은 디자이너에게 사과 메일을 보냈지만, 아직 로고 사용과 판매된 굿즈에 관련한 공식 입장은 전해지지 않았다.
로고 디자인은 '저작권법'과 '콘텐츠산업 진흥법'에 의해, 상표로 등록된 경우 '상표법'에 의해 보호받는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하거나 저작자의 인격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콘텐츠산업 진흥법 제10조에 따르면, 문자·도형·색상 등을 활용해 제작한 콘텐츠를 판매해 이익을 얻는 콘텐츠사업자는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소액 거래라는 이유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해 콘텐츠사업자로서 이익을 보고자 한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의 결정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는 비단 성균관대학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패러디와 오마주를 가장한 저작권 침해 사례는 치킨 브랜드 '푸라닭 치킨', '루이비통닭' 등 꾸준히 존재해왔다. 이는 국내 대중 사이 저작권 보호에 관한 인식이 널리 퍼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푸라닭 치킨은 럭셔리 명품 치킨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 '프라다'(PRADA)가 연상되는 브랜드 로고를 사용하고 있으며 '프라다'와 발음이 유사한 '푸라닭'을 브랜드 명칭으로 사용한다.
실제로 푸라닭 치킨은 '프라다'를 패러디해 제작한 로고를 2016년 1월에 출원했다가 특허청으로부터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상표와 전체적인 외관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바 있다.
'루이비통닭' 역시 마찬가지다. 루이비통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의 LVMH 그룹은 2015년 '루이비통닭'(LOUIS VUITTON DAK)이라는 브랜드로 영업 중인 국내 한 치킨 가게에 대해 영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에 법원은 LVMH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있다.
지난 30일 국내에서 열렸던 CISAC 정기총회에 축사를 맡았던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2008년 장관 취임 당시 대한민국은 저작권 감시 대상이었다. 이에 저작권 법안을 새로 개정하고 저작권 단속 활동을 이어왔다. 그 결과 2009년 1월 1일 저작권 감시 대상국에서 해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관 취임하며 가장 먼저 한 게 저작권법 개정이었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창작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유 장관과 유관 단체의 노력을 통해 국내 대중은 음악 및 영상 콘텐츠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올바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향유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그러나 음악과 영상 외 로고 디자인, 상표 등 콘텐츠에 관한 저작권 인식은 아직도 부족해 보인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인식 제고가 시급한 때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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