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사기범죄의 포괄일죄, 특경 사기와 일반 사기 [판결의 재구성]
[파이낸셜뉴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조직적 사기 범죄’는 거대한 규모로 전문화, 체계화되고 있다. 그러한 까닭에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는 사기 피해자 단체의 집회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현수막들이 다수 설치되어 있다.
물경 1조원의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부터, 피해자 숫자가 1만 명에 달한다는 내용이 공공연히 다수 게시되어 있고, 그 범죄 수법은 원금을 보장하는 유사수신의 방법,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를 이용한 경우 뿐만 아니라 다양한 IT 기술이나 NFT 발행 등을 이용한 사안이었다는 설명들도 함께 존재한다.
그 중 최근에 대화를 나눈 ‘사기 피해자 대표 한 분’이 들고 있던 ‘설명 안내판’에는 “대법원 1993. 6. 22. 선고 93도743 판결의 ‘이득액 계산 법리’ 때문에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되었고, 피해액의 총합이 수백억원을 초과하는 거액의 ‘조직적 사기 범행들’에 대해서 5억원 이상의 이득액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규정인 ‘특정경제범죄의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3조’를 적용하여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하지 못하고, 형법상의 ‘일반 사기죄’에 ‘실체적 경합’을 한 최대 15년까지만 가능하게 하였으므로 이는 그 사이의 경제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변경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경법 제3조는 ‘이득액’에 따라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이득액이 5억원을 초과하지 아니한다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피고인에 대해서는 특경법이 아닌 일반 형법상의 사기죄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득액’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가 타당한지 같이 검토해 보자.
위의 대판 93도743의 판결문의 해당 부분을 직접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심은 피고인들의 이 사건 사기 범행에 대하여 각 포괄하여 특경법 제3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처벌하였다. 그러나 직권으로 살피건대 수인의 피해자에 대하여 각별로 기망행위를 하여 각각 재물을 편취한 경우에는 비록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방법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각 피해자의 피해법익은 독립한 것이므로 이를 포괄 1죄로 파악할 수는 없고 피해자별로 독립한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당원 1989.6.13. 선고 89도582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이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기 범행의 각 피해자들에 대하여 각 별로 기망행위를 하였다면 피고인들의 사기 범행은 포괄 1죄가 아니라 각 피해자별로 독립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것이며 또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각 피해자별 사기 범행의 이득액은 특경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5억원 이상이 되지 못하므로 위 각 사기죄에 대하여 위 특경법 조항을 적용할 수도 없다.” 라는 것이다.
위 판결 내용을 읽어보면, 적시된 대법원 판결은 독자적으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은 아니고, 그 이전의 판결인 ‘대법원 1989. 6. 13. 선고 89도582 판결’을 참조하여 법리를 전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참조된 위 대판 89도582은 다음과 같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의 ‘이득액’ 판단의 법리를 설시한 바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경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1항은 형법상의 사기, 공갈, 상습사기, 상습공갈, 횡령, 배임,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의 각 죄를 범한 자를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이득액이 1억원 이상인 때 (과거에는 이득액 기준이 1억원이었으나, 이 판결 이후에 5억원 이상으로 개정되었음) 그 이득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서 말하는 이득액은 단순1죄의 이득액이나 혹은 포괄1죄가 성립되는 경우의 이득액의 합산액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경합범으로 처벌될 수죄에 있어서 그 이득액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한편 단일한 범의의 발동에 의하여 상대방을 기망하고 그 결과 착오에 빠져있는 동일인으로부터 어떤 기간동안 동일한 방법에 의하여 금원을 편취한 경우에 있어서는 이를 포괄적으로 관찰하여 1죄로 처단하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나, 수인의 피해자에 대하여 각별로 기망행위를 하여 각각 재물을 편취한 경우에는 비록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방법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각 피해자의 피해법익은 독립한 것이므로 이를 포괄1죄로 파악할 수는 없고 피해자별로 독립한 수개의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이득액의 문제는 ‘포괄일죄’의 문제로 귀결되게 된다. ‘포괄일죄’는 수개의 행위가 하나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1개의 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우리 형법전에 규정이 없고, 학설과 판례를 통하여 인정되는 개념이다.
포괄일죄는 공소시효, 적용법조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대한민국 형법으로는 규정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법원의 해석론에 맡겨져 있어 ‘최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물론, 사기죄에 피해자의 구분 없이 동일 수법의 범행에 대해서 포괄일죄로 사기죄의 처벌이 가능해지고,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형사 처벌이 이루어진 이후, 확인된 추가 동종 사기 범행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져서 그 피해자는 피해에 대하여 별도의 형사적인 책임을 추궁할 수 없게 된다는 약점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사회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천문학적인 금전적 이득을 편취하는 조직적 사기 범죄 행위로서 범죄단체를 인정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고의의 개괄성(피해자가 누구인지 개인적 특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과 개별 피해자의 보호법익을 분리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점, 조직적 범행의 단일 목적성을 참작하여 포괄일죄로 구성하여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도록 판례를 변경하거나 형법에 ‘포괄일죄’ 조항을 신설하여 대법원의 해석을 제한하는 입법이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의 피해를 차단하는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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