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의 나라’ 멕시코 대선, 주목 포인트는? [뉴스+]

이민경 2024. 6. 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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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일(현지시간) ‘마초(macho·남자답다의 스페인어)의 나라’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 현재 지지율 1, 2위 후보 모두 여성이기에 여성 대통령 당선은 큰 이변이 없는 한 확정된다.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고 1824년 헌법이 제정된 후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이다. 이번 멕시코 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를 하상섭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교수와 함께 문답형식으로 짚어본다.
멕시코시티의 조칼로 광장에서 다가오는 선거에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집회에서 한 사람이 스페인어로 "우리는 모두 같은 멕시코입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Q. 멕시코에서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 예정된다.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면 멕시코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A. 여성 대통령이기에 남성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권을 향상할 수 있는 정책이나 치안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정책이다. 대놓고 여성 정책을 펼치지는 않겠지만 낙태 문제와 같이 여성권과 관련된 사안을 다룰 수 있다. 현재 멕시코 내에서 그동안 제한됐던 정책들이 ‘보여주기식’으로라도 등장할 수 있다.

Q. 후보 중에서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후임자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의 당선이 유력하다. 셰인바움이 내세우는 공약에는 어떤 게 있는가?

A.에너지 정책을 대표 공약으로 꼽을 수 있다. 멕시코는 석유를 생산하는 국가이다 보니 화석 연료 기반의 산업이 발달했다. 그런데 셰인바움은 재생에너지 같은 에너지 전환을 밀고 있다. 사실 멕시코에선 석유가 나라의 경제 발전이나 산업 발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셰인바움이 과학자 출신이고 공대 교수이다 보니 기술을 활용해서 국가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 생각이 집권 시 정책에 반영될 확률이 높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 에너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점은 에너지 공약에 리튬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리튬의 질이 조금 떨어지긴 하나 멕시코는 세계 10대 리튬 보유국에 들어간다. 자원을 갖고 있는데 이걸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리튬이 많이 쓰이는데 멕시코에서도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상섭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교수
Q. 셰인바움의 당선이 유력하지만 일각에서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후광’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A.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집권 중에도 국민적 지지율이 60% 이하를 내려가 본 적이 없다.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후광을 받는 건 맞다. 만약 대통령이 지지를 철회한다거나 셰인바움과 정치적 갈등이 생겼다는 소식이 나오면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거의 확실하다. 

대통령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데 기존 대통령과는 다른 게 셰인바움 후보에게도 있다. 무엇보다 멕시코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다. 멕시코 정치에선 처음 가보는 길이기에 앞으로의 방향이 장담이 안 되는 상태다.

Q. 지난 대선에서 89년 만에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바뀌었다. ‘극심한 우파 부패’ 척결을 외친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수많은 시민이 표를 던졌다. 부패 문제는 해결됐다고 보는가?

A. 부패 문제는 멕시코 사회에서 정책이나 공약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이건 멕시코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2018년 대선 공약에 가장 먼저 들고나온 게 부패 척결이다. 그런데 해결하지 못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시에도 부패방지법 같은 제도가 있었다. 

문제는 법이다. 멕시코 헌법을 보면 대통령 다음에 주지사 등 고위급에 대한 보호가 강력하다. 한 나라의 고위급 대표들이 부패 문제를 일으켰을 때 탄핵 또는 검찰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멕시코 내 부패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헌법에 따르면 멕시코 대통령은 임기 중에 부패에 연루돼 있을 시 처벌할 수 없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부패를 줄이겠다고 해도 본인부터 권력을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의 부패도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권력자가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니 하위 공무원이나 기업인들한테 부패를 저지르지 말라는 게 신뢰성이 없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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