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설계" 강동원 '설계자'에 혹평…리메이크작 주연 3연속 실패 [N초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홍콩 영화 '엑시던트'(2009)가 원작인 배우 강동원의 신작이 출발부터 관객들의 혹평에 직면했다.
'설계자'(감독 이요섭)는 지난달 29일 개봉 첫날 12만 406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12만 5844명을 기록, 1위에 올랐으나 지난달 31일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내주며 개봉 3일 만에 2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개봉 3일 차까지 누적관객수는 22만 5348명으로, 실관람객들의 혹평이 잇따르면서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 분)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개봉 전 언론시사회 당시부터 평가가 갈리며 흥행 전망이 어두워졌다. 주연 강동원이 '범죄의 여왕'(2016) 이요섭 감독과 만났다는 점에서 기대가 있었으나, 영화는 이야기부터 허술했다. 이에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 사이트에 올라온 실관람객들 평가도 혹평이 다수다. CGV 에그 지수는 31일 기준 61%다. 세 극장 사이트의 실관람객들은 "내용도 배우도 따로국밥" "결말이 뭘 말하려는지" "도대체 뭘 보여주고 싶은지 모르겠다" "여러모로 애매한 영화" "개연성과 스토리의 설계가 틀렸다" "끝에 무슨 말인지" "영화를 만들다 말음" "떡밥 회수 못 하는 부실 설계" 등 평을 남겼다.
서사는 혼돈 그 자체다. '설계자'는 정확히 영일이 주영선(정은채 분)이 의뢰한 타깃인 아버지이자 검찰총장 후보 주성직(김홍파 분) 청부 살인에 성공하지만, 팀원 중 막내인 점만(탕준상 분)이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고, 재키(이미숙 분)가 사라진 후 월천(이현욱 분)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서부터 다른 결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이요섭 감독은 언론시사회 당시 '진실'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자 이같은 이야기를 전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엄청난 궁금증이 있을 때 그걸 굉장히 알고 싶어하지만 알게 됐을 땐 그것이 생각보다 진실에 가깝지 않다"며 "알아내려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 안에 유튜브 캐릭터와 많은 매체를 넣고 혼란을 느끼는 걸 장르적으로 접근해 보고 싶었고 주인공의 진실 찾고자 하는 혼란, 혼돈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극 중 영일은 자신들보다 더 큰 청부 조직 '청소부'가 과거 팀원이었던 짝눈(이종석 분)도 죽이고, 점만의 죽음과 월천의 수상한 행적에 모두 관여돼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깊이 파면 팔수록 청소부의 정체는 더욱 미궁에 빠진다. 종국에는 영일이 의심했던 보험설계사 이치현(이무생 분) 또한 청소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더욱 절망에 빠진 영일은 양경진(김신록 분) 형사를 찾아가 그간의 일을 자백하기에 이른다.
극 초반부터 영일이 속한 팀의 청부 살인 설계조차 허술해 몰입도가 반감된다. 주성직과 이치현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 또한 허술하고 사고사로 꾸며내는 과정이 지나치게 우연에 기댔다는 인상이다. 함께 해온 팀원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 청소부의 존재가 한순간에 부정되는 반전 모두 맥이 빠지는 감상을 불러오고, 캐릭터와 전개에 대한 당황스러움이 해소되기도 전에 양경진의 정체에 대한 열린 결말이 혼란을 더한다.
감독은 주인공의 혼란과 혼돈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했지만, 관객마저 혼란과 혼돈에 빠지게 해선 안 됐다. 꼬여버린 이야기와 겉도는 메시지가 혼재되면서 관객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상영 내내 물음표만 띄우다 '진실'에 대한 메시지로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급급했다는 인상이다. 이동휘가 연기한 사이버 렉카 하우저도 지나치게 과장된 캐릭터로 영화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주며 굳이 등장시키지 않았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게다가 캐릭터도 선명하지 않다. 감독과 배우 모두 영일을 어떤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어 했는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남는 건 영일의 연속적인 혼란스러움 뿐, 강동원이 언급했던 캐릭터의 소시오패스 성향엔 물음표가 남아 배우가 어느 방향을 잡고 연기했는지 알기 어렵다. 영일 외에도 영화 속 다수 인물들의 캐릭터부터가 탄탄하지 않아 배우들이 목적 없는 연기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공교롭게도 강동원은 주연을 맡은 세 번째 리메이크작에서도 아쉬운 평가를 받게 됐다. 앞서 그는 동명의 일본 영화가 원작인 '골든 슬럼버'와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인랑'에 이어 '설계자'로 세 번째 리메이크작을 선보였지만, 모두 평가가 좋지 않았다. '골든 슬럼버'는 누적관객수 138만, '인랑'은 89만에 그쳤고 '설계자'의 흥행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에서다.
강동원은 '전우치'(2009)와 '의형제'(2010) 이후 2014년부터 '군도: 민란의 시대'(2014) '검은 사제들'(2015) '검사외전'(2016) '마스터'(2016) 등으로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비교적 최근 흥행작은 특별출연작인 '1987'(2017)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이후 손익분기점 250만 명을 넘은 영화로 '반도'(2020)가 있지만, 해외 선판매로 600만 명인 손익분기점이 250만 명으로 낮아진 데다 대체로 500만명 이상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던 타 흥행작들에 비해 아슬아슬하게 손해를 면했다는 점에서 흥행 배우가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리메이크작 외에도 '브로커'(2022)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2023) 또한 부진했다. 2018년 이후 영화들이 뚜렷한 흥행을 거두지 못한 만큼, 작품 선정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표작인 '그놈 목소리'와 '전우치' '초능력자' '두근두근 내 인생' '검은 사제들' '마스터' 이후 흥행이 아쉬웠던 '골든 슬럼버' '브로커' '설계자'도 제작사 영화사 집과 함께 해왔다. 작품 선구안이 주목받았던 강동원이었던 만큼, 파트너간의 시너지를 또 한 번 선보일 수 있을지 앞으로가 더욱 주목된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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