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안 쉬어져요”… 9세 소년 울음에도 방치한 계모 [그해 오늘]

지난 2020년 충남 천안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이를 학대로 숨지게 한 계모 성모씨. 연합뉴스

 
4년 전인 2020년 6월 1일, 충남 천안시 백석동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아이가 학대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9세였던 A 군이 계모인 성 모 씨에 의해 여행용 가방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이후 A 군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불행히도 이틀 후에 심정지 및 다장기부전증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사건의 배경에는 A 군의 가정 환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성 씨는 A 군의 친부인 B 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으며, 이들과 함께 총 4명의 자녀가 생활했다. 이 중 2명은 성 씨의 친자녀이고 나머지 2명은 B 씨의 친자녀였다. A 군은 성 씨의 체벌과 성 씨의 친아들에 의한 폭행이 일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모인 성 씨를 ‘엄마’라 부르며 그녀 곁에 남아 있었다.

그간 성 씨는 A 군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물건을 함부로 버린다고 의심하며, 수시로 추궁하고 벌을 주거나 폭행했다. 특히 A 군과 친아들 사이의 작은 다툼조차도 A 군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그날도 성 씨는 A 군이 거짓말을 했다며 가혹한 처벌을 가했다.

성 씨는 여행용 가방에 A 군을 가두었고, 외출하는 동안 친자녀들에게 가방의 방향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성 씨가 돌아온 후,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A 군이 가방에서 나오려 하고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성 씨는 더 작은 가방에 A 군을 옮겨 가두었고, 가방을 세워 호흡을 어렵게 했다. A 군이 숨을 쉴 수 없다고 애원했으나, 성 씨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

A 군은 가방 속에서 절망적으로 탈출을 시도했으나, 성 씨는 그의 노력을 짓밟았고 결국 A 군은 가방 속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고, 이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건 이후, 성 씨는 살인, 특수상해, 상습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은 “A 군이 가방에 갇힌 뒤 ‘숨이 안 쉬어진다’라고 수차례 호소했음에도 성씨는 오히려 가방 위에 올라가 뛰기까지 했고, 피해 아동의 울음과 움직임이 줄어든 뒤에도 그대로 방치했다”라고 지적했다.

성 씨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에서는 징역 25년으로 형이 늘어났다. 성 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여행용 가방에 감금됐다가 숨진 A군이 살던 천안의 한 아파트 상가에 한 상인이 마련했던 추모공간. 연합뉴스

 
사건이 알려지자 A 군의 유족과 학교 선생님, 이웃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랑스럽고 명랑했던 A 군은 계모의 지속적인 학대 속에서도 경찰관이 되는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을 이루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야 했다.

아이가 거주하던 아파트 상가 건물과 재학 중이던 초등학교에 추모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끔찍한 학대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슬픔과 분노를 남겼다. 또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