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가혹하게, 때로는 관대하게’ KOVO 상벌위의 자의적인 처벌 기준...이장호 위원장 “오지영, 곽명우 죄질 비중 비슷하다”

남정훈 2024. 6. 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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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국배구연맹(KOVO) 고충처리센터에 신고. 법적인 고소, 고발 없음. 자연히 법적 처분 없음.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장이 상반되는 상황.→ 징계 : 자격 정지 1년

B: 가정폭력 및 음주운전, 이를 은폐하기까지 함.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상해 혐의로 2심 판결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40시간의 가정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받음(1심에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엄연한 법적 처분이 존재함. → 징계 : 자격 정지 1년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A와 B의 죄질이 비슷해 보이는가. 해당 사건의 두 선수는 지난 2월27일, 그리고 지난 5월31일 KOVO 상벌위원회로부터 ‘자격 정지 1년’ 처분이라는 동일한 징계를 받았다. A가 자격 정지 1년을 받았다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엄연한 법적 처분이 존재하고, 심지어 사건을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 은폐하기까지 했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인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실마저 이번 상벌위 과정을 통해 들통났다. 이 정도면 A보다는 훨씬 무거운, 자격 정지 2년 혹은 3년, 아니면 영구제명의 징계가 내려져야 ‘형평성’에 맞는 것 아닐까.

KOVO는 지난달 31일 OK금융그룹 곽명우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연 뒤 “곽명우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상해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사항을 확인하였다. 또한 사실 파악 과정 중 과거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점도 추가로 확인했다. 선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항은 리그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면서도 “법원 판결에서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해 피해자가 선수에게 최대한 관대한 처벌을 하여 줄 것을 탄원한 사실을 고려한 점 등을 참작해 곽명우에게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부과했다”고 징계가 예상보다 높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처분을 내린 상벌위원회의 수장인 이장호 위원장은 3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사건의 죄질은 비슷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위의 A에 해당하는, 지난 2월 전 페퍼저축은행 소속 선수였던 오지영의 ‘구단 내 괴롭힘’ 사건과 곽명우 사건이 어떻게 동일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결국 징계 사유를 가지고 따지는 것 아닌가. 두 사건의 징계가 달라야 한다는 것은 기자의 생각이고, 상벌위원회에서는 두 사건의 경중이나 비중을 비슷하다고 봤다”면서 “오지영 사건에서는 두 선수가 퇴단을 했고, 곽명우 사건에서는 저간의 사정도 있고, 가정사와 관련되 것도 있다. 그런 것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상벌위원회의 이상한 점이 드러난다. KOVO 상벌위원회는 오지영 사건에 대한 수사나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KOVO 상벌위원회는 가해자로 지목된 오지영의 억울하다는 주장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잘못을 단정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장이 상반될 때는 두 주장 사이 어디쯤에 진실이 있는 법이지만, 가해자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대로 곽명우 사건은 명확하다. 곽명우의 명확한 잘못이다. 법적 판결도 받았다. 게다가 범죄 사실을 은폐하고 리그를 뛰었다. 이는 V리그를 기만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행위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은 “곽명우 건에선 사건의 동기나 경위를 참작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언론을 통해 다 밝힐 수 없는 사정이나 가정사, 상벌위에서 무조건 잘못했다며 반성하는 태도 등을 감안해 관대하게 처벌을 내렸다는 것이다.

상벌위원회 위원들도 사람인 이상 인정이 반영되지 않을 순 없다곤 해도, 어떤 사건엔 가혹하게, 또 다른 사건엔 관대하게 처벌을 내리면 안 되는 것 아닐까. 그것도 3개월 정도밖에 시차가 나지 않는 상벌위원회에서 말이다. 게다가 해명에서 “사건 동기나 경위를 반영했다”는 것은 더 충격이다. 이를 거칠게 해석하면, 동기나 경위가 그럴 듯하면 가정 폭력도, 음주운전도 감경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한 것 아닌가.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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