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슝빠슝 이게 뭐야"…대머리 아저씨의 '마법소녀' 변신[잇:써봐]

김가은 2024. 6.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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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는 늘상 새로운 것들이 쏟아집니다.

기기가 될 수도 있고, 게임이나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지요.

"뭔지 모르지만 아무튼 재미있다"와 "주문을 외치면서 수치스러웠는데 '왜 이걸 계속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여럿이 모여 게임 이용자를 지켜보면서 말도 안되는 주문을 외치고, 수치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는 평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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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루게임즈 AI게임 '마법소녀 즈큥도큥' 체험기
'샤랄라 예뻐질래' 주문 외쳐야 변신·공격·방어
수치심 몰려오지만, 끝나면 이상하게 재미있기도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IT업계는 늘상 새로운 것들이 쏟아집니다. 기기가 될 수도 있고, 게임이나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지요. 바쁜 일상 속, 많은 사람들이 그냥 기사로만 ‘아 이런 거구나’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직접 써봐야 알 수 있는 것, 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지요. 그래서 이데일리 ICT부에서는 직접 해보고 난 뒤의 생생한 느낌을 숨김없이 그대로 전달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솔직하지 않은 리뷰는 담지 않겠습니다.[편집자 주]

“샤랄라 예뻐질래, 꿈꿔왔던 내 모습, 마법소녀로 변신!”

나이 서른에 별안간 마법소녀가 됐다. 꿈꾼 적도 없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세일러복을 입은 아저씨에 빙의해 홀린 듯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신발 주머니를 들고 등교했던 유년 시절에도 입에 담지 않았던 단어와 문장들을 육성으로 내뱉고 나니 단전 깊은 곳에서 수치심이 밀려왔다. 문제는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크래프톤 산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렐루게임즈가 만든 AI 음성인식 게임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플레이 화면(사진=김가은 기자)
크래프톤(259960) 산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렐루게임즈에서 만든 이 게임은 단 3명의 개발자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한 달 만에 만들어냈다. 게임 그래픽 또한 이미지 생성 AI의 작품이다. 게임 플레이의 핵심도 AI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외운 주문을 분석하는 역할이다. 만약 게임에서 요구한 감정이나 성량이 충족되지 않으면 다시 마법주문을 외쳐야 한다.

주인공은 달 밝은 길을 걷던 렐루보험의 영업부장 ‘김부장’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는 “이 짙은 마력의 냄새. 혹시 너, ‘마법소녀’가 되지 않을래?’라는 마법소녀 발굴 에이전트 고양이 ‘냥’의 제안을 받는다. 그는 마법소녀가 되면 국가 유공자 혜택에 준하는 ‘난방비 면제·공영 주차장 할인·톨게이트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갔다. 엔터를 누르자 고난이 시작됐다. ‘마법소녀가 되려는 사람은 김 부장인데 변신 주문은 왜 내가…’라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애써 무시했다. ‘콜 오브 듀티·데드스페이스·더 위쳐’. 그간 스팀(Steam)으로 즐겨온 게임들은 모두 총과 검, 창으로 점철돼 있었다.

그러나 ‘AI 게임’이라는 말에 홀려 구매한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의 무기는 일명 ‘마법봉’으로 불리는 마이크다. 화면에 떠오른 ‘니코니코 웃음, 마음 환하게! 뽀옹뽀옹 하트 스마일, 뽀빠뽀빠 하트웨이브!’ 같은 주문을 기쁨, 분노의 감정을 담아 외워야 공격할 수 있다. 외친 주문은 에코와 함께 다시 한번 귀에 전해진다. 이 부분이 한 번 더 기자를 괴롭게 했다.

스테이지는 총 3개로 구성돼 있다. 마법소녀로 전직하는 스테이지 1을 넘은 후 김 부장은 대마법소녀 ‘점례’를 찾는다. 그러나 그녀의 마법소녀 연금을 빼돌리던 간병인 ‘폴’과 마법 대결을 펼치게 된다. 승리 조건은 주문으로 상대의 ‘정신력’을 완전히 고갈시키는 것이다. ‘표백의 마법 락스 클린 화이트’ 같은 공격 주문을 외치던 중 고갈되고 있는 정신은 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폴을 물리치고 나면 마지막 보스인 점례와도 싸워야 한다. 차라리 그냥 지고 싶었다.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플레이 중 주문을 외치고 정신력 피해를 입었다(영상=김가은 기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안도와 함께 책상 위로 쓰러졌다. 막상 끝나고 나니 화면에 떠다니던 우스꽝스러운 주문과 실소가 터져나오는 황당한 전개가 머릿속에 맴돌며 재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절대 하지 않을 문장들을 큰 소리로 외친 사실이 왠지 나쁘지 않았다. 이 게임의 매력은 ‘일탈감’일 지도 모른다.

이런 매력을 기자 혼자만 느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부장과 온라인 에디터를 모셨다. 조금 힘들어할 수도 있겠다는 예상과는 달리, 깔끔하게 주문을 외치며 공방전을 펼치는 모습에 감탄했다. 수치심을 함께 느껴야 하는데 승부욕에 불타 너무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에 재미가 좀 반감되는 느낌도 있었다.

게임에 대한 평은 크게 두 가지였다. “뭔지 모르지만 아무튼 재미있다”와 “주문을 외치면서 수치스러웠는데 ‘왜 이걸 계속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여럿이 모여 게임 이용자를 지켜보면서 말도 안되는 주문을 외치고, 수치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는 평도 있었다. 사전출시(얼리액세스) 기간인 만큼 콘텐츠 양은 다소 부족했지만 흔하지 않은 소재와 기술로 나름의 ‘팬덤’을 만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고하건대 ‘카드캡터 체리’ 같은 어여쁜 미소녀를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게임은 B급 정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김가은 (7rsilv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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