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GPS 교란 上]서해 어선 위치 오류 나는데 카카오택시 괜찮나
대체항법 못 갖춘 소형 어선은 피해
도심 피해 미미한 이유…산악 지형이 신호 막고 대체 기술로 대응
[서울=뉴시스]심지혜 윤현성 기자 = 북한이 지난 29일부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서 남쪽을 향해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발신지가 북한의 강령·옹진 지역에서 발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혼신신호가 지난 29일 오전 5시50분부터 반복해서 유입되고 있다.
전날까지 접수된 GPS 전파혼신 신고는 총 932건(항공기 201건·선박 731건)이나, 정부 당국은 아직까지 실제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2만㎞ 상공 위성이 보낸 신호, 지구로 오면서 약해져…교란해서 GPS 수신 방해
"여기가 어디야?"…소형 어선들은 GPS 오작동 피해
전파 교란 공격은 이러한 약점을 이용해 이뤄진다. 2만200km 상공 위성에 설치된 25W 백열전구를 지상에서 관찰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GPS 수신기 근처에서 100W의 강한 서치라이트를 비추면 약한 백열전구 불빛을 식별하기 어렵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전파 교란 방식은 대개 ‘잡음’ 기법과 ‘기만’ 기법 두 가지로 분류된다. 위성 신호보다 강한 방해 신호를 방출해 수신기가 GPS 신호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하게 하는 일명 '재밍(Jamming)' 공격이 잡음 기법에 해당한다.
기만 기법은 미코닝 기법과 스푸핑 기법이 있다. 미코닝 기법은 재머가 위성항법 신호를 수신해 일정시간 동안 지연시킨 후 재방출해 근처의 수신기로 하여금 재머 위치를 자신의 현 위치로 착각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스푸핑 기법은 위성항법 정보를 열어서 정보를 조작해 재방출하는 것으로 재머가 보낸 엉뚱한 위치를 자신의 현 위치로 착각하게 만든다.
잇단 북한의 GPS 전파 교란에도 현재 군은 군용 GPS나 다른 항법 장치 등으로 대응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민간이다. GPS 전파 교란 공격은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 지난 30일에는 전파 교란 공격으로 백령도와 연평도 등을 오가는 여객선과 서해안 어선의 GPS가 오작동했다. GPS 오작동으로 실제 위치가 다르게 표출된 것이다.
대개 대형 여객선이나 어선의 경우 GPS 장비 대신 항로표지나 해도 등 대체항법을 이용하지만 이를 갖추지 못한 소형 선박들은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꽃게잡이철이라 어선들이 서해에 출항해 조업을 하는 가운데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다. 어선이 어장에 있는데 GPS 상 북한 해상에 위치한 것으로 나오는가 하면, 던져 놓은 그물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했다.
서울 도심 내비게이션 안전한 걸까…산악 지형이 北 신호 막아
정부, 피해 정도 따라 위기 대응 단계 발령
이유는 바로 ‘지리적’ 영향 때문이다. 항공이나 해안 등은 중간에 장애물이 없어 신호가 도달하기 원활하다면, 수도권은 산간 지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설령 수도권까지 영향이 온다 해도 내비게이션이 GPS 뿐 아니라 다른 기술을 동시에 활용해 위치를 안내하고 있어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GPS 신호를 받기 어려운 터널 등에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일례로 카카오내비의 경우 LTE·5G 이동통신 전파를 기반으로 하는 측위 기술 FIN(융합실내측위)‘를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끊임없이 주고받는 이동통신 전파를 기반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것이다.
또 과거 2010년에 발생한 북한의 GPS 전파 교란 공격으로 이동통신 기지국이 영향을 받아 실제 통화 품질이 저하되는 피해가 발생했는데, 2016년에는 엿새 동안 공격이 이어지면서 이동통신 기지국 총 1794개소에서 교란신호가 유입됐으나 피해 없이 지나갔다. GPS 혼신전파 차폐시설, 항 재밍 안테나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장애가 발생한 안테나 설치위치를 임시로 변경하는 등으로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정부는 GPS 교란 상황에 따라 위기대응 단계를 갖추는 한편, 대응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GPS 교란상황에 따른 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총 4단계로 구분된다.
관심 단계의 경우 국제 행사가 있거나 GPS 전파 혼신 가능성이 증가할 때 발령한다. 항공기나 선박 한 두대에서 GPS 신호 미수신 신고가 발생했을 때, 우주 전파 환경 4단계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관심 단계에 해당한다.
주의는 남북 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을 때, 이동통신 기지국이나 3배 이상의 항공기·선박 등의 GPS 수신 장애가 발생했을 때, 우주전파환경 4단계 상황이 48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5단계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령한다.
경계 단계는 피해 상황이 실제 발생하거나 피해 규모가 한 개 시도로 확대될 때, 국가 기반 분야로 장애 영역이 확대될 때 발령하고 심각 단계는 피해 규모가 2개 시도 이상 확대될 때, 우주전파 환경 4단계가 10일 이상 지속될 때, 국가적 차원의 공동 대처가 필요할 때 발령한다.
현재 정부는 '주의' 단계를 발령한 상황이다.
기술적으로는 가짜 교란 신호를 파내고 진짜 신호를 받게 하는 널링(무효화) 기술 등이 개발돼 상용화 장비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학계에서는 군용 전파 공격 대응 장비가 민수용 장비 대비 1000배 가량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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