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청각장애 아이돌' 등장하는 세상…장애인 관람 여건-일체감 형성 여전히 어렵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한국 엔터테인먼트사에는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빅오션(Big Ocean)이라는 청각장애인 아이돌 그룹이 MBC '쇼! 음악중심'을 통해 공식 데뷔했기 때문이다.
가수, 특히 아이돌은 잘 포장된 엔터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성공은 희박하고 실패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데뷔였다. 청각장애라 들리지 않으면 노래를 하기 어렵고 박자도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놀라웠다.
하지만, 이들은 1세대 아이돌 H.O.T.의 ‘빛’을 리메이크해 데뷔했다. 아무 문제 없이 안무를 해내며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음원도 제작했다. 진동으로 박자를 알려주는 스마트워치 등 IT 기술의 진보가 빅오션을 있게 했다.
빅오션 제작사인 차해리 파라스타앤터테인먼트 대표는 '스포티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이 수어로 아름답게 랩을 하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 빅오션이 K팝 아이돌로서 음악도 비주얼도 모두 호감 가는 팀을 만들고자 나름의 방법을 모색했다”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가운데서 만나야 합한다”라고 말했다.
즉 일반인, 장애인이라는 경계만 허물면 모두가 함께 제도를 누리면서 공존하고 기쁨과 행복을 공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장애인 아이돌'이 아닌, 그냥 아이돌로 엔터 시장에서 경쟁해도 문제없는, 시장의 확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스포츠도 다르지 않다. 패럴림픽은 올림픽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열리고 있고 여러 세부 종목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대회도 열리고 있다. 다만, 아직은 함께 어우러지지 못하는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K리그로 범위를 더 좁히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해 6월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수원FC와의 원정 경기에서 수원종합운동장의 장애인석을 가리키며 "축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저런 부분이 발전이 안 되고 있다. 인권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지만, 축구 종사자라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좀 더 개선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명보 장학재단을 통해 발달 장애인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자선 경기에서 장애인을 위해 함께 어우러졌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홍 감독의 발언을 계기로 K리그 모든 구단은 장애인들의 관람석 개선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관람석 앞에 일반 관중이 서서 관전하지 못하도록 했다. 일부 구단은 장애인석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해 관람권 확보를 유도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일반 관중과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장애인들에게 물어보면 서포터들이 주로 위치한 응원석에서 같이 응원하고 싶어 하는 등의 의지가 있다고 한다. 한쪽 팔이 없는 조원영 씨는 "사실 유니폼을 입으면 한쪽 팔이 없는 것이 보이고 그래서 일반 관중의 시선이 다소 냉랭한 것도 느껴진다. 같은 축구 팬이지만,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이 뭐하러 보러 오느냐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1, 2부리그 모두 관중 증가가 폭발적이지만, 이는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도 똑같다. 팬층의 다양성 확대는 곧 수익성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프런트의 노력이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열악한 사무국 구조는 장애인 팬까지 아우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매년 조사해 발간하는 경기 관람 팬 성향 분석 보고서에 의존해야 하니 정확한 팬층 확보는 여전히 요원하다. 티켓 판매하는 업체에 구매 관람객 정보를 받기는 하지만, 원스톱 체계를 구축한 프로농구를 제외하면 한계가 명확하다.
한 수도권 밖 구단 실무 관계자는 "경기장 장기 임대를 하지 못하고 있어 일반팬, 장애인 팬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한 명의 팬이라도 더 모아 수익이 나고 구단 자생력 확보까지 이어진다면 정말 좋겠다. 관람 환경 개선 예산 확보를 위해 구단 예산이 아니라 프로스포츠협회 공모 사업 선정에 기를 쓰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사치인 것 같다"라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람 환경이 나아지기 어렵다면, 정서적으로라도 모든 팬은 동등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청각 장애인에게는 경기장에서 틀어주는 클럽송 등에 수어를 넣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여러 구단은 장애인을 위해 클럽송 영상에 수어통역사가 등장한다. 기자가 지난해 9월 찾았던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명문 FC포르투가 그랬다. 리그 경기 시작 전 클럽송을 부르는 전광판 영상에는 포르투의 파란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수어통역사가 나와 수어로 클럽송을 알렸다.
입때껏 취재하면서 보지 못했던 장면이라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축구 사랑, 팀 사랑에는 차별이 없다는 것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줬다.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휠체어를 사용하는 관중이 나타나면 진행 요원이 자리를 안내했다. 또, 시각 장애인을 위해서는 경기를 설명해 주는 요원도 있었다. 라디오 경기 중계를 들어도 되지만, 현장 관람은 또 다르다. 비용 문제는 자원봉사자로 해결했다고 한다.
장애인 관람석이 있지만, 장애가 다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체 장애 부위에 따라 일반 관중석으로 발매해 함께 열기는 느끼는 환경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경기장 시설 개선을 하려면 시설관리공단 등 협조가 필요한 한국의 현실을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면, 구단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스포츠에는 차별이 없다는 말은 곧 누구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관람 편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정서적 유대감과 용품 제작, 팬 서비스 등 모든 것에서 함께 한다면 구단에 대한 사랑도 더 깊어지지 않을까. 경제성 확대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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