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노트] 임원 연임 제한 폐지한 ‘체육 대통령’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내로남불’
이 회장은 이날 이사회 모두 발언에서 "(여러 이슈들이 있으나) 파리올림픽에 집중하고, 올림픽 끝난 후 8월 중순에 돌아오면 8월 말 대의원총회, 10월 전국체전이 있다. 이 기간에 의견을 모아서 확실하게 깔끔하게 불가역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확실하게’ ‘깔끔하게’ '불가역적’이라는 말을 써서 최근 언론계와 체육계에서 논란이 되는 ‘임원 연임 제한 폐지’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회장의 이런 표현을 두고 대한체육회장으로서 ‘너무 강하게 말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일부에서 나왔다. 선거에 의해 결정되는 대한체육회장이 한 발언치고는 너무 세다는 것이다.
이날 체육회 이사회는 일부에서 우려했던 체육회장 연임을 제한한 규정을 삭제하기로 의결했다. 지금까지는 임원은 4년 임기를 보낸 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으며,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면 3선도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체육회와 지방체육회, 종목단체 임원의 연임이 제한 없이 가능해진다. 이 회장은 2016년 체육회장으로 선출됐고 2021년 재선에 성공했다. 올해까지 임기 8년을 모두 채운다. 이번 정관 개정으로 내년 4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도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체육회는 체육회장 연임 제한 규정 삭제에 대해 "체육단체의 합리적인 조직 구성 및 원활한 운영으로 체육계 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체육회와 지방 종목 단체 등이 연임 제한 조항으로 임원 구성이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반영해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화체육부 당국자는 "대의원총회를 거쳐 체육회가 정관 개정 인가를 요청하더라도 체육회에 반려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이 회장은 3선 도전 의사를 천명한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올해 2월 이사회에서 "3선을 하든, 5선을 하든 내 선택에 달렸다"며 연임 제한 정관을 무력화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결국 이사회의 연임 제한 규정 폐지 의결로 3선 도전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체육회는 이번 이사회에서 연임 제한 조항은 물론 단서를 붙인 3선을 위한 예외 조항도 동시에 폐기해 연임 제한의 걸림돌을 완전히 없앴다. 정관을 현재 내용으로 바꾼 시점은 이 회장이 초대 통합 체육회장으로 선출된 지 2년이 지난 때로 이 회장은 이 규정을 내세워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이 3회 연속 회장직에 도전했다며 인준을 거부하다가 2018년 12월 소송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 단체는 이날 이사회장 밖에서 '이기흥 체육회장의 영구집권 시도를 규탄한다'며 피켓을 들고 반대 행동에 나섰다. 앞으로 체육시민단체와 일부 원로 체육인들은 체육회 사유화 논란에 선 이 회장을 정면으로 반대하며 퇴진운동을 벌일 움직임이다.
한국 스포츠는 현재 사상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파리 올림픽에 참가할 한국 선수단 규모를 170명쯤으로 예상한다. 50명이 나갔던 1976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최소 인원이 될 듯하다. 이같이 선수단이 줄어든 것은 출전선수가 많은 구기종목이 잇딴 부진으로 본선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리 올림픽 본선에는 구기 종목 가운데 여자 핸드볼만이 출전한다. 축구, 농구, 배구, 하키 등이 모두 지역 예선에서 탈락, 본선 출전길이 막혔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목표를 5~6개 정도로 잡고 있다. 종합 순위는 20위 안팎으로 예상한다. 이런 성적을 낸다면 한국 스포츠는 1984년 LA 올림픽 수준으로 뒷걸음치며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연임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뿌리까지 흔들리는 엘리트체육 시스템을 다시 일으키는데 앞장섰으면 한다. ‘체육 대통령’은 체육 행정과 개혁을 위해 매진할 때라야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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