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에 버린 김밥인데"…없어서 못파는 '검은 반도체'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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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5월 31일 09: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990년대 캐나다로 이민을 온 한 초등학생은 도시락으로 싸 온 김밥을 학교 쓰레기통에 몰래 버린다.
백인 학생들이 김밥을 보면서 "라이스 보이(Rice Boy·쌀 소년)"라고 놀린 탓이다.
'라이스 보이'라는 인종차별과 따돌림을 부르던 김밥과 김을 비롯한 K푸드는 30년 만에 대반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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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김 K푸드 미국서 판매 폭증
우양 CJ씨푸드 한성기업…관련주 고공행진
"엄마 내일 점심에 다른 거 싸줘도 돼? 그냥 다른 애들이 먹는 거."
1990년대 캐나다로 이민을 온 한 초등학생은 도시락으로 싸 온 김밥을 학교 쓰레기통에 몰래 버린다. 백인 학생들이 김밥을 보면서 “라이스 보이(Rice Boy·쌀 소년)”라고 놀린 탓이다. 한국계 캐나다 감독 앤서니 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라이스 보이 슬립스'(사진)의 한 장면이다.
'라이스 보이'라는 인종차별과 따돌림을 부르던 김밥과 김을 비롯한 K푸드는 30년 만에 대반전을 맞았다.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던 이들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날개 돋힌듯 팔리는 중이다. 관련 회사와 업체에도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한성기업은 지난달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2.72%(870원) 오른 771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이날 ‘1년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성기업은 김 브랜드인 ‘광천김’과 게맛살 ‘크래미’가 주력 제품이다. 최근 김밥과 김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이 회사 주가도 고공행진을 했다.
비슷한 이유로 식품업체인 CJ씨푸드와 우양 주가도 지난 달에만 각각 69.1%, 55.6% 뛰었다. ‘명가김’ 브랜드를 운영하는 CJ씨푸드는 올 1분기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에 비해 100배나 늘었다. 김 매출이 폭증한 결과다. CJ씨푸드는 매출이 치솟는 김 사업을 재편하고 나섰다. CJ씨푸드는 지난 29일 ‘명가김’ 브랜드를 운영하는 자회사인 삼해상사에 8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1968년 출범한 삼해상사는 김포·부안공장 등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조미김과 미역 사업을 하고 있다. ‘CJ명가 재래 김’ ‘비비고 김자반’ ‘비비고 곱창돌김’ 등이 주력 제품이다.
냉동 김밥을 판매하는 우양은 미국 대형마트 세 곳에 냉동 김밥을 납품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김밥 판매가 폭증한 결과다. 유안타증권은 우양이 올해 영업이익을 100억원으로 추산했다. 작년에 비해 669.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김밥과 김 업체들에 뭉칫돈이 몰린 것은 최근 불어난 김 수요와도 맞물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7억9000만달러(약 1조74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그 기록도 갈아치울 것인 만큼 ‘검은 반도체’ 명성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불어난 결과다. 수출이 늘면서 김의 원료인 원초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덩달아 CJ씨푸드 등은 조미김 가격을 10% 이상 올린 바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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