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환 국립한글박물관장 "광화문 현판 꼭 한자로 걸 이유 있나요?"[인터뷰]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문화의 놀이터·북합문화공간"
특별기획전 '사투리는 못 참지!' 432점 전시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광화문 현판은 대한민국과 서울의 이정표입니다."
최근 뉴시스와 만난 국립한글박물관 김일환 관장은 되레 물었다. "어떤 문화재처럼 꼭 한문으로 걸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한글박물관장으로서 당연한 말이지만 그는 "광화문 한문 현판이 한글 현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현재 한자로 써 있는 '광화문 현판'의 한글화'는 지난달 재점화됐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바꿔 단 지금의 한자 현판을 다시 한글 현판으로 교체하는 논의를 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하면서다. 이에 한글학회와 단체들은 일제히 한글 현판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다는 것이 나라에 이익이 되고 시대 정신에도 맞다"며 "원형을 보존한다는 낡은 생각으로 만든 복제 한자 현판을 떼고 나라 발전과 자주 문화를 상징하는 한글 현판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관장도 광화문 한글 현판에 대해 논의의 시작과 대안을 제안했다.
"한문 현판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일리가 있어요. 어느 쪽이 옳다는 걸 따지기보다는 현재 시점에서 과연 (한글 현판이) 필요한 건지에 대해서 논의해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김일환 관장은 "현재 있는 한문 현판도 학술적으로 재현해 낸 것일 뿐"이라며 "다른 문헌이나 다른 한문으로 된 것들은 존중하지만 광화문 자체를 표현한 현판은 과거의 유산과는 다른 상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김 관장은 단순 교체가 아닌 보존을 전제한 교체를 제시했다. "지금의 한자 현판은 가장 이상적인 박물관에 보존한 뒤 한글로 바꾸는 것이 창제한 세종대왕과 한국, 한민족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한글의 문자적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2014년 한글날인 10월9일 개관했다.
올해 개관 10년을 맞아 한글박물관을 널리 알리고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사업들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연 간 방문객 50만 명 달성이 목표다.
박물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오감 체험 공간 '한글 놀이터'는 외연을 확장해 중부와 남부 거점도시 순회 운영도 펼친다.
지난 5월15일 세종탄신일을 맞아 국립한글박물관의 첫 번째 대중 교양서 '쉬운 한글'을 발간했다. 다양한 한글 자료를 함께 보여주면서 한글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한 책으로, 한글박물관 학예사들이 직접 원고를 작성했다.
'6월 보훈의 달'을 맞아 한글 창제부터 지금까지 한글을 만들고 가꾸고 수호했던 인물 10명을 선정해 기리는 행사를 진행한다.
김 관장은 "세종대왕부터 조선시대 역관, 윤동주 시인, 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 자판을 만든 인물, 한글 타자기를 만든 인물 등 시대·분야별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10월4일부터 펼치는 한글날 주간에는 한글 창제의 정신과 한글의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과 제2회 국제박물관포럼, 한글문화산업전시회, K-pop 커버댄스 결선 참가 해외 청년들의 한글사랑 공연 등이 준비되고 있다.
김 관장은 "작년에 전임관장이 처음 국제포럼을 시작해서 이번이 두 번째"라며 "이번 포럼은 한글의 자연주의를 주제로 한글 창제 속에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전제로 한 철학적 원리가 담겨있다는 걸 해외 패널들과 다뤄볼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중앙도서관 관장 직무대리로 일하다 지난 1월 임명된 김일환 관장은 1997년 공보처 해외공보관 홍보과 사무관으로 공무원의 길로 들어섰다. 주러시아·주태국대사관 서기관을 거쳐 문체부 미디어국 출판인쇄산업과장과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 기획관, 문체부 국립중앙도서관 기획연수부장을 역임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문화의 놀이터"라고 김 관장은 "한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한글과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실험하는 전시 공간인 동시에 어린이들이 한글의 원리를 쉽게 체험하고, 한글을 익히고 싶은 외국인들이 한글을 배울 수 있는, 한글 교육으로 한글문화를 꽃피우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요즘 시대 외계어 같은 신조어와 줄임말이 느는 '한글 파괴' 현상과 관련 김 관장은 열린 토론의 장을 제안했다.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같이 한번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국어와 한글을 다루는 영역에서 이끌어주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시대 상황에 따라 현재 쓰고 있는 말들이 100년 지나면 보수적인 형태가 될 수 있으니까요."
김 관장은 "한글에서 '한'이라는 글자가 주는 의미가 크다"며 "우리 한민족을 나타내기도 하고 크다는 뜻도 있고 유일하다는 뜻도 있는 많은 정서를 갖고 있는 '한'이라는 글자"라며 "한글은 과학적이어서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도 걸맞아 해외로 확산 시킬 수 있는 우수한 문자"라고 강조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문화 전진기지'로 구축했다.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 상설 전시를 비롯해 연극 무용 공연이 이어지는 '토요문화행사'등과 다양한 기획전을 펼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전 '사투리는 못 참지!'를 열고 있다. 지역 방언의 개념과 의미, 다양성 등을 보여주는 자료 294건, 432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기획 과정에서 박물관 직원들이 직접 수집한 자료, ‘동학농민혁명군 한달문이 어머니에게 쓴 편지’(1894), ‘감자’ 초판본(1935), 석주명 ‘제주도 방언집’ 초판본(1947) 등을 선보인다.
방언 연구자이자 방언 화자 이기갑, 충청도 출신 개그맨 김두영 등 팔도 화자들이 참여한 ‘같은 듯 다른 듯 경상도 사투리’, ‘팔도의 말맛’ 콘텐츠도 공개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공간별 주요 내용에 대한 수어 해설 영상도 상영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지와 주요 유물 음성도 제공한다.
"우리 말과 우리 글자의 다채로움과 서정성을 함께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전시입니다. 감미로운 말의 섬세한 부분까지 표현 가능한 한글의 우수함을 체감했으면 합니다."
김일환 관장은 "전시관 외에도 한글도서관과 휴게 공간, 용산가족공원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라며 한글박물관의 많은 관람과 관심을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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