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피플]"왜 뽑혔는지 증명하겠습니다"…당찬 황재원의 첫 A대표팀 승선 의지는 명료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시도민구단 대구FC에는 최근 경사스러운 일 한 가지가 있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황재원의 A대표팀 발탁이었다. 6월 6일 싱가포르(원정), 11일 중국(홈)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5, 6차전에 나설 23명의 명단에 포함됐다.
홍철이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나선 이후 처음 A대표팀 배출이었다. 공교롭게도 홍철이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오른쪽 측면을 책임지는 황재원과 더불어 '측면 수비수 맛집'으로 떠올랐다.
이용(수원FC)이 더는 A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설영우(울산 HD)와 김태환(전북 현대)을 주로 호출했던 대표팀이다. 김문환(알 두하일)도 지난 3월 태국과의 2연전에 부름을 받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김도훈 임시 감독은 이번 선발에 이들을 모두 빼고 황재원과 더불어 최준(FC서울)을 내세웠다. 설영우는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김태환도 부상이 완벽하게 낫지 않았다. 왼쪽은 베테랑 김진수(전북 현대)에 이명재(울산 HD)까지 있어 황재원은 최준과 함께 새로운 대표팀에서 주전 경쟁에 나선다.
싱가포르, 중국을 상대로 승점 1점만 벌어도 3차 예선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이라 부담은 없지만, 황재원에게는 다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속 선발이 가능해 그렇다. 오른쪽 측면 수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황재원이 K리그에서 보여줬던 모습 이상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첫 A대표팀 발탁은 예정된 순서라는 반응이 많았다.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을 얻으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대구에서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유럽 진출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었다.
대구 관계자는 "황재원 발탁 소식은 선수단 내에서도 상당한 활력소였다. 홍철이나 김진혁 등 선배들이 '밥 좀 사주세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만큼 기쁜 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1' 15라운드 수원FC전에도 황재원은 어김없이 선발 출전했다. 대구가 스리백 수비를 내세워 윙백으로 뛰었지만, 포백 수비를 해도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는 황재원이다.
팽팽하던 승부는 후반 이승우의 마법에 밀린 대구의 0-2 패배였다. 그렇지만, 황재원은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대구는 박창현 감독 체제에서 서서히 변화 중이고 황재원도 적응 중이다.
박 감독은 "저 혼자 불안한 게 아니라 대구 팬 모두가 불안함이 있는 것 같다"라며 전국구 선수가 된 황재원의 위상에 놀란 뒤 "(황)재원이가 큰 선수가 되어야 한다. 큰 무대로 갈 수 있으면 가야 한다. 우리나라를 위해서, 축구를 위해서 그렇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물론 "(황)재원이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벽이 생길지도 모른다. A대표팀에 가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응원해 주고 싶다"라며 좌절하지 않기를 기대했다.
경기 후 만난 황재원의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패배에 대한 짙은 아쉬움과 더불어 경기장 밖 선수단 버스 앞에서 기다리는 팬들에 대한 미안함이 섞여 있었다
그는 "이전 경기(강원FC)에서도 패배하면서 수원FC전이 중요했지만, 다시 아쉽게 졌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일요일에 더 중요한 대전 하나시티즌전을 잘 준비하겠다"라며 승리욕을 보였다.
대표팀 선발 명단 발표 후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정말 감사한 일이고 너무나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믿기 힘들 정도로 기뻤다. 많은 지인이 축하해 주셔서 깜짝 놀랐다. 특히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셨던 것 같다"라며 '국가대표 황재원'이라는 이름을 봤던 순간을 되짚었다.
연령별 대표팀과 다른 무게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도 정말 중요하고 좋은,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A대표팀에 뽑힌 기분은 확실히 다르더라. 부담감도 어느 정도 있다. 어떻게 됐든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사명감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뛰는 모습 그 자체로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 찬사가 쏟아지지만, 어설프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심리적으로 힘든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황재원 입장에서도 그렇다. 그는 "정말 대단한 형들과 훈련하고 경기하는 것이다.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배울 것은 배우고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오는 기회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향후 설영우가 정상적으로 복귀한다면 경쟁 구도는 복잡해진다. 그만큼 기회를 받으면 제대로 뛰어야 하는 황재원이다. 스스로도 상황을 알고 있다며 "시기가 제 스스로도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형들의 부상도 있었다. 다만, 어렵게 잡은 자리니 쉽게 놓고 싶지 않다. 가서 제가 왜 뽑혔는지 보여주고 증명하고 싶습니다"라며 당찬 의지를 밝혔다.
공격 가담 능력은 아시안게임이나 K리그를 통해 증명된 황재원이다. 현대 축구는 늘 변화무쌍하지만, 측면에서 해결을 해줘야 이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공격적인 부분에서 자신이 있다. 그런 부분을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고 싶다. 젊은 선수라 조금 더 많은 활동량과 패기 있는 모습 많이 보여주겠다"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2002년생으로 어린 나이의 황재원이지만, 안도하지 않는다. 향후 10년을 책임질 측면 수비수라는 이야기에 "반대로 저처럼 어린 선수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늘 경계해야 한다. 한 번 발탁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 노력하겠다"라며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밀려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무대로의 도전도 꿈꾸고 싶은 황재원이다. 설영우가 세르비아 명문 츠르베나 즈베즈다 이적 가능성이 생긴 상황에서 황재원 역시 과거 이영표, 송종국, 김진수처럼 측면 수비수도 유럽에 가서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황재원이다. 그는 "그런 큰 목표가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도전해 보고 싶은 무대가 유럽이다. 물론 그 전에 대구에서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기본부터 더 다져 놓고 유럽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밝혔다.
대구 팬들은 '위만 보고 가자'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11위라는 성적은 대구에 강등 위기감을 키운다. 박 감독도 "정말 뒤에 아무도 없다"라며 사실상 꼴찌인 심정으로 순위 싸움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원도 "더는 떨어질 곳도 없고 위기감도 느껴야 한다. 이전에도 이런 경험을 해봤지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다시 선수들과 잘 준비해서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다"라며 대구를 살려 놓고 A대표팀에 가서 모든 역량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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