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있고, 명망 높은 리더로…" 한화 새 감독 1순위는 예상대로 김경문, 그룹 기조 확실했다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새 사령탑으로 유력한 김경문(66) 전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명망을 갖춘 지도자로 평가된다. 한화그룹이 내건 차기 감독 선임 기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고, 예상대로 선임을 앞두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27일 최원호 감독과 박찬혁 대표이사가 성적 부진에 책임지고 물러나면서 새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사퇴하려던 손혁 단장이 박찬혁 전 대표의 만류로 구단에 남아 뒷수습을 맡고 있는 가운데 새 감독 선임은 그룹이 주도했다.
앞서 한용덕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최원호 감독 선임은 구단 프런트 주도로 이뤄졌다. 그러나 3명의 감독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시즌 도중 퇴진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 구단 최초 외국인 감독, 박사학위를 가진 학구파 감독 등 다양한 인물들을 썼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번에는 그룹이 직접 나섰다. 구단에서 후보들을 리스트업해 그룹의 재가를 받던 방식이 아니라 그룹이 먼저 후보들을 고르는 톱다운 방식이었다.
구단 쇄신을 위해 외부에서 차기 감독을 찾기로 한 뒤 ‘카리스마 있고, 명망이 높은 리더’를 새로운 기준으로 내세웠다. 팀을 수습하면서 내년 신구장 개장에 맞춰 야구계 상징적 인물을 필요로 했다. 시즌이 진행 중이라 현재 소속 팀이 없는 야인 중에서 찾아야 했고, 일찌감치 3명의 후보로 좁혀졌다.
김경문 감독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또 다른 인물들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거물’ 지도자들로 그룹 기조는 확실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이 김경문 전 감독이었다. 한화는 과거에도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 등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3김’ 명장들이 거쳐간 팀으로 경험이 풍부한 노장 감독들을 선호했다.
우승 경력이 있는 또 다른 후보가 개인적인 사유로 고사를 하면서 김 전 감독에게 무게가 확 기울었다. 감독 경력은 없어도 이름값이 높은 제3의 후보도 있었지만 지금 당장 팀 안정화 위해선 경험 풍부한 김 전 감독이 적임자라는 판단이 섰다. 2020년 시즌 후 한화 감독 유력 후보에 오르고 끝난 김 전 감독이지만 이번에는 내정 단계까지 왔다.
한화는 암흑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이 딱 한 번밖에 없었다. 그 사이 무려 8번이나 꼴찌를 하면서 ‘만년 하위팀’으로 전락했다. 성적에 목마른 상황에서 1군 14시즌 중 10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김 전 감독은 확실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카드다.
김 전 감독은 통산 1700경기 896승774패30무(승률 .537)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4번으로 우승의 한을 풀지 못했지만 김응용(1554승), 김성근(1388승), 김인식(978승),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에 이어 역대 감독 통산 승수 6위에 오른 명장이다. 무엇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로 한국야구의 르네상스를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2004~2011년 두산 시절 화수분 야구를 이끌었고, 2012~2018년 NC에선 신생팀을 단기간 강팀으로 끌어올린 김 전 감독은 선수 보는 안목과 키울 줄 아는 뚝심도 있다. 두산에선 육성선수 출신 김현수를 2년차에 주전으로 깜짝 발탁해 타격왕으로 만들었고, 손시헌, 이종욱, 고영민, 오재원, 민병헌 등을 주전으로 육성했다.
NC에선 투수로 입단한 나성범에게 타자 전향을 권유해 지금의 리그 대표 거포로 육성했다. 이재학, 박민우, 권희동, 구창모 김 전 감독 시절 선수들이 지금도 NC 주축으로 뛰고 있다. 투타에서 젊고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많이 모은 한화에서 김 감독의 육성 능력이 빛을 발한다면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갈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나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느슨한 플레이를 용납하지 않는 김 전 감독의 스타일도 수년간 패배 의식에 젖은 한화 선수단의 공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요소. 2018년 6월 NC 감독에서 물러난 뒤 KBO리그 현장 떠난 지 6년이 흘렀고, 2021년 도쿄올림픽 노메달로 아쉬움을 남겼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도 있지만 한화는 김 전 감독의 관록을 기대하는 분위기. 1958년생인 김 전 감독은 올해 66세로 현역 사령탑 중 최고령인 이강철(58) KT 감독을 넘어 리그 유일 60대 감독이 된다.
한화는 감독과 대표이사가 동반 퇴진한 지 4일 만에 박종태 신임 대표이사가 공식 취임하며 구단 정상화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 전 감독과 계약 세부 사항 조율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주말에 선임이 발표날 것으로 보인다. 4일 수원 KT전부터 김 전 감독 체제로 첫걸음을 내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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