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 된 군부대] ③ 반환 미군기지 개발 "아직 그대로야?"

김도윤 2024. 6. 1.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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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 결정에 앞다퉈 청사진…17년째 낡은 건물·잡초 무성
안보 이유로 개발 막혀 낙후…"국비 확대·민투 혜택 필요"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경기북부의 발전 잠재력이자 성장 동력은 단연 미군기지다.

6·25 전쟁 이후 60년 넘게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면서 그동안 개발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미군기지 29곳의 면적은 경기북부 전체의 3.4%를 차지할 정도다. 특히 동두천은 도시의 절반에 가깝다.

다행히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반환되는 중이고 노른자 땅이다 보니 해당 도시들은 앞다퉈 핑크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개발 속도가 거북이가 친구 하자고 할 정도"라며 "이런 미군기지를 보고 있으면 고구마가 목에 걸린 듯하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반환(예정) 미군기지 현황 [경기도 반환공여구역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당초 2011년까지 반환 결정…5곳은 아직 미군이 사용

1999년 말 경기북부에 미군기지가 곧 이전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3년 만인 2002년 10월 미군기지를 평택에 재배치하는 내용의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Land Partnership Plan) 협정이 발효됐다.

2011년까지 미군기지를 반환한다는 조항이 가장 관심을 끌었다.

경기북부는 축제 분위기였다. 안보를 이유로 한국군 부대와 미군기지가 주둔한 탓에 반세기 넘게 개발에서 소외된 서러움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더욱이 미군에게 반환받은 땅을 빠르고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2006년 3월 제정됐다.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 미군이 부대 열쇠를 한국군에 넘기는 등 반환이 눈에 보이자 이런 기대는 더욱 부풀었다.

그해 반환된 미군기지는 파주 6곳, 의정부 5곳, 동두천 1곳 등 총 12곳이다.

상당수 미군이 경기북부를 떠났고 주민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17년이 지났지만 도시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 반환되지 않은 미군기지도 5곳이다.

파주 캠프 개리오언 앞 굳게 닫힌 철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17년째 멈춘 미군기지 개발 시계

파주 캠프 개리오언은 도시개발사업이 예정됐지만 여전히 대형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다. 녹슨 철조망과 낡은 건물만이 미군 부대가 떠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인근의 또 다른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즈는 2011년 이화여대가 캠퍼스 건립을 포기한 뒤 활용되지 않고 수풀과 갈대만 무성한 공터로 방치됐다.

파주시 내 나머지 미군기지인 캠프 자이언트, 하우즈, 스탠턴 등 3곳도 마찬가지 상태다.

의정부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행정타운이 조성된 캠프 시어즈는 경기북부 반환 미군기지 중 유일하게 개발 사업이 완료됐다.

아직 개발 중인 캠프 에세이욘에는 경기도교육청 북부청과 병원이 들어섰고 홀링워터에는 공원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작 의정부 발전을 이끌 캠프 레드클라우드(CRC)와 잭슨, 카일 등 3곳은 지지부진하다.

오염정화까지 끝난 캠프 카일은 2007년 이후 시간이 멈췄다.

의정부시는 이곳에 바이오 첨단 의료단지를 조성할 계획인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대형 차량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미2사단 사령부가 주둔하던 CRC는 병력이 2018년 평택으로 이전한 뒤 2022년 2월에야 국방부로 넘어왔고, 2020년 말 반환된 캠프 잭슨은 오염정화가 진행 중이다.

동두천시민 총궐기대회 "미군 잔류 대책 이행하라" [동두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약속의 땅인데 당분간 미군 잔류 결정에 허망

캠프 케이시 등이 있는 동두천시 보산동 일대는 한때 미군이 넘쳐났고 이들을 상대로 한 가게가 성업하면서 거리는 활기찼다.

그러나 2004년 이라크 파병으로 이 지역 미군 절반이 빠져나갔다.

더욱이 2006년 지하철 1호선이 연장돼 많은 미군이 서울 이태원이나 홍대에서 주말을 보내면서 지역 상권은 아예 설 자리를 잃었다.

미군기지 개발에 대한 기대로 위안 삼았지만 2014년 일부 기지의 반환이 보류되자 상인들은 차라리 미군이 많을 때가 나았다고 푸념할 정도다.

동두천시 내 미군기지 6곳 중 4곳은 전체 또는 일부를 미군이 사용 중이다.

결국 시민 약 2천명은 지난 4월 캠프 케이시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10년 전 미군 잔류 결정에 따른 각종 지원 약속 이행을 정부에 촉구했다.

의정부 캠프 스탠리의 경우 부대가 모두 평택으로 이전했지만 미군은 작전과 훈련 등을 이유로 반환을 미루고 있다.

경기북부 반환 대상 기지 20곳 중 5곳은 아직 미군이 사용 중이다.

당초 2011년까지 반환하기로 했으나 몇차례 연기된 뒤 기약이 없는 상태다.

평택으로 떠나는 미2사단 사령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자체 열악해 자체 개발 엄두 못 내…초기 민자 유치도 실패

문제는 돈과 규제다.

경기북부는 휴전선과 접해 안보를 이유로 많은 한국군과 미군이 주둔하면서 군사시설 보호를 이유로 개발이 막혔다.

또 수도권정비계획법, 상수원 보호법, 개발제한구역 등 3중·4중 규제로 경기북부 지자체들은 재정자립도가 열악하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이나 민간 투자가 없으면 사실상 반환 미군기지를 개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미군기지와 주변의 기반 시설이 부족한 데다 땅값마저 비싸 초기 민간 자본 유치 계획은 대부분 실패했다.

더욱이 경제 불황까지 겹쳐 반환 미군기지 개발사업은 답보상태가 됐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평택과 용산에 막대한 국비를 투자한 것처럼 경기북부 미군기지 개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민간 투자에 혜택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균형발전지원센터장은 "미군기지 반환 초기 대학과 기업 등이 개발에 참여할 의지를 보였으나 주변 인프라나 세제 혜택 등 유인 요인이 없어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경기북부 지자체는 재정이 열악한 데 공공 SOC 외에는 지방비로 개발하라고 하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비 지원 분야를 확대하고 규제를 풀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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