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0원 더 싸요" 초저가 전쟁 재발발?…몸 푸는 마트들

김민우 기자 2024. 6. 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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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 '10원 전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e커머스(C-커머스)의 부상하면서다. 10원이라도 더 싼 가격으로 소비자를 묶어두겠다는 전략이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해외직접구매(직구)액은 9380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에는 6096억원 수준이었는데 1년 새 121%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국내 e커머스 시장 성장률이 11%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중국 직구액은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 직구액은 약 3조1000억원이었다.

C-커머스의 부상으로 유통업계에는 '제3차 10원 전쟁'이 발발할 조짐이 보인다. 1차 전쟁은 2010년 대형마트 업계에서 벌어졌다.

당시 삼겹살 대전이 대표적이다. 롯데마트가 삼겹살 100g을 정상가 대비 40%가량 저렴한 980원에 판매한다고 밝히자 이마트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삼겹살 100g을 850원에 판매한다고 맞섰다.

이에 맞서 롯데마트가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삼겹살 가격을 100g에 840원으로 책정하자 다음 날 이마트는 즉각 삼겹살 가격을 100g830원으로 낮춰 대응했다. 가격을 역전당한 롯데마트는 다음날 다시 가격을 10원 깎아 이마트와 같은 가격으로 맞췄다.

경기침체와 불황으로 전반적인 소비가 주춤하자 대형마트 3사는 경쟁사보다 10원이라도 싸게 파는 전략으로 고객유치 경쟁을 벌였다.

삼겹살 뿐 아니라 모든 상품으로 가격 인하 경쟁이 확대하면서 대형마트 업체들이 제조사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고 농심과 CJ제일제당이 이에 반발해 납품 중단으로 맞섰다. 유통사와 제조사 모두 상처만 남기며 사태는 일단락 됐다. 이후 대형마트는 PB(자체브랜드) 상품 개발로 전략을 바꿨다.

중국 해외직접구매액/그래픽=조수아

2차 전쟁은 2018년 이마트와 쿠팡이 맞붙으면서 촉발됐고 이후 다른 대형마트들도 10원 전쟁에 동참하면서 전선이 커졌다.

2차 전쟁 역시 유통업계에 큰 상흔을 남겼다.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쿠팡과 가장 격렬하게 맞붙었던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쿠팡 역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조업체와 공격적 협상에 나서다보니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등과 납품가 갈등을 겪게됐다.

이번에는 외래종인 C-커머스에 대항하기 위해 유통업계가 다시한번 10원 전쟁에 나설 조짐을 보인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중국산 저가제품을 넘어서 한국산 신선식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유통업체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멈추고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던 국내 e커머스 업계는 다시 성장 중심의 경쟁으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알리가 지난 3월 신선식품 강화를 계기로 '1000억 페스타'를 진행하자 G마켓도 빅스마일데이에 1000억원을 쓰며 맞불을 놨다. G마켓은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신세계 계열 편입 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2억원)를 냈지만 3개월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쿠팡은 알리가 1조5000억원 투자 계획을 내놓자 3조원 투자로 맞섰다.

대형마트 업계도 초저가 전쟁을 위해 슬슬 몸을 푸는 분위기다. '본업경쟁력' 강화를 선언하며 온라인에 빼앗긴 소비자들의 발길을 오프라인으로 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모두 마트와 슈퍼 통합에 나서며 비효율 줄이기 등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언제든 가격 전쟁으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납품채널이 다원화되며 가격 협상력이 높아진 탓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트래픽은 곧 돈'"이라며 "한번 소비자를 빼앗기면 다시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과 대형마트 모두 아직까지 투자와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지만 트래픽 이탈이 가시화되는 순간 가격경쟁이 불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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