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산행기] 봄이 나를 부른다

김혜숙 창원시 성산구 동산로 2024. 6. 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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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지에 꽃 잔치가 열렸다.

나도 그 아우성에 발맞춰 산으로 향했다.

사실 오랜만에 떠나는 산행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무릎 상태도 시원찮아서 혹시나 다칠까 싶어 마음 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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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산에 만개한 진달래꽃.

온천지에 꽃 잔치가 열렸다. 봄을 알리는 꽃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친다. 나도 그 아우성에 발맞춰 산으로 향했다. 창원의 명물, 천주산 진달래가 그 아우성의 근원지였다. 사실 오랜만에 떠나는 산행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무릎 상태도 시원찮아서 혹시나 다칠까 싶어 마음 졸였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엔 날이 너무 좋았다. 일단 조심히, 안전하게 산행하기로 다짐하고 천주산으로 향했다.

가는 길목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살랑살랑 바람에 날렸다. 길가에 노란 개나리도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차를 타고 봄을 만끽하며 도착한 천주산. 이곳은 창원 내에서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산이다. 정상은 해발 638.8m로 용지봉이라 불린다.

천주산의 진달래는 매년 4월 중순쯤 만개한다. 1996년부터 이 지역 주민들이 주관해서 축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시기만 되면 천주산은 연분홍 물결로 가득하다. 용지봉에서 천주봉에 이르는 진달래 군락지는 가히 환상적이다.

주된 산행 들머리로는 천주암과 달천계곡이 있는데, 나는 천주암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들머리에 서자 양쪽으로 쭉 늘어선 편백이 눈에 들었다. 하늘로 곧게 뻗은 나무를 보니 도시에서 갓 벗어난 시원함이 느껴졌다. 얼마 안 돼 오르막 경사가 나왔다. 나는 옆으로 난 좋은 길을 따라 올랐다.

등산로 옆으로 남산제비꽃이 보였다. 돌 틈, 나무 틈에서 날 좀 보란 듯 자신의 색을 뽐내며 곳곳에 피어 있었다. 천주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등산로가 잘 닦여 있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행을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숨이 찼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쁜 숨이 무척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땀을 훔치며 쉬지 않고 정상을 향해 올랐다. 간간이 진달래의 자태가 보였지만, 아직 이렇다 할 군락은 나오지 않았다.

천주산 정상에서의 필자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조금씩 진달래의 연분홍빛이 눈에 들어왔다. 진달래 군락지도 서서히 보였다. 아직 절정은 아닌 듯 입을 꼭 다문 모습이 수줍은 새색시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트로트 가수 장윤정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조금 일찍 핀 진달래를 벗 삼아 산행을 즐겼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시원한 솔향이 은은히 풍겨왔다. 왠지 마음이 차분해졌다. 청설모 한 마리가 사람을 겁내지도 않고, 이곳저곳을 쪼르르 누볐다. 한층 치켜든 꼬랑지를 씰룩거리며 나무 위로 홀라당 올라가는 녀석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청설모와 인사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에 도착했다. 천주산은 좋은 날씨 만끽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일단 정상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진달래 핀 전망 좋을 곳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오랜만에 즐기는 여유로움에 행복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코를 간지럽히는 진달래, 소나무, 편백 향과 더불어 한가로이 지저귀는 새소리를 만끽하여 오래도록 머물렀다.

하산길은 푹신푹신한 솔잎들이 등산로를 한껏 꾸미고 있었다. 덕분에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다행히 걱정과 달리 다리도 멀쩡했다. 아픈 곳 하나 없었다. 조금은 이른 진달래 산행이었지만, 충분히 재밌었다. 며칠 뒤 진달래가 만개하면 다시 이곳을 찾으리라 다짐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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