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뒤 봐라" 전기차 시장 '제패' 예고한 중국…자신감의 근원은
중국이 11년 후인 2035년에도 막강한 내수시장을 앞세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 신차 수요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내 전기차 비중은 무려 90%까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중국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미래모빌리티 싱크탱크인 자동차전력배터리산업혁신연합(이하 혁신연합)은 30일 연례회의를 열고 "2035년까지 신에너지차 연간 판매량은 7000만대를 넘어서 전체 신차 판매량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에서만 연 38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전망이며, 중국 내 신차의 90%가 전기차로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연합 전망에 따르면 2035년 글로벌 전기차 신차 중 중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숫자는 54%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지금보다 더 높은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게 될 거라는 의미다. 혁신연합은 같은 시점 유럽의 점유율은 22%, 미국의 점유율은 11%, 동남아시아 점유율은 6%로 각각 전망했다.
이 수치는 IEA(세계에너지기구) 전망과 유사하다. IEA는 대부분 주요국이 에너지전환 및 탄소중립 계획을 예정대로 이행한다고 전제할 때 2035년 글로벌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가 전체 신차의 3분의 2를 차지할 거라고 내다봤다.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가 2035년 연료자동차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지금도 명실상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중국에서 집계한 지난해 글로벌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1438만6000대로 전체 신차 판매의 16.5%를 차지했는데, 이 중 중국 판매량은 949만5000대로 31.6%에 달했다.
이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BYD(비야디)를 필두로 하는 전기차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성장하고 있다. 샤오미나 화웨이 등 IT강자들도 속속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 비야디와 세계 판매량 1위를 다투는 미국 테슬라도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중심으로 중국 생산을 늘리며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 1분기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시장도 이미 중국이 주도하는 양상이다. IEA는 지난달 글로벌 전기차 전망(Global Electric Vehicle Outlook) 보고서를 냈는데, 1분기 중국에서는 전년 대비 35% 늘어난 190만여대의 신에너지차가 판매됐다. 유럽은 같은 기간 5% 증가에 그쳤고, 미국은 15% 늘었지만 총 판매량은 35만여대 정도에 머물렀다.
중국은 콧노래를 부르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뚜렷한 병목현상을 겪고 있다. 높은 가격과 불안정한 충전인프라가 고객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독립적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충전시설이나 배터리 성능문제, 안전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건 마찬가지지만 중국 내에는 공산당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 내연기관차 도심운행 규제가 강화되고, 전기차 기업 지원도 여전하다.
이 문제는 중국 전기차엔 양날의 칼이다.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는 덴 심각한 마이너스 요소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들은 중국 전기차 시장을 유럽이나 미국 등 중요시장과 구분해 집계한다. '중국 외 시장' 대비로 분석한다. 중국 시장은 아예 동떨어진 시장으로 본다는 거다. 중국 정부의 기형적인 보조금 정책과 정부 중심으로 육성되는 독특한 중국 전기차 시장 문화 탓이다.
유럽과 미국은 이를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장벽을 둘러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EU(유럽연합)가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 조사를 시작했고, 미국 정부는 지난 14일 아예 중국에서 수출되는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무역전쟁이 발발하는 상황이며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분쟁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중국산 전기차들이 약진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배터리 등 부품 수직계열화 면에서도 중국 전기차 시장의 팽창은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 중국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중국산 배터리가 성장하고, 이 배터리는 이미 글로벌 시장 수요 부진을 틈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전기차와 전기차 핵심 부품 공급 구조를 감안할 때, 유럽이나 미국이 단기간에 전기자동차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없다면 이들의 무역제재 조치는 글로벌 신에너지차 전환을 지연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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