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변화의 물길 亞 바다는 잠잠하지 않았다
외부 세력의 압력 증가하며 다채로운 변화
中해안 유럽 제국주의 세력 각축장 되기도
15세기부터 500여년 걸친 亞 바다의 역사
인류학·미술사 등 다양한 방법론 활용 추적
아시아 500년 해양사/ 에릭 탈리아코초/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3만5000원
“정화의 지휘함과 70년 후 항해를 통해 ‘신세계’를 발견한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의 크기를 비교(추정)한 현대의 선화를 보면, 그 규모를 상상할 수 있다. 이베리아인들(콜럼버스 일행)은 기본적으로 노 젓는 배로 신세계를 발견했고, 거기에 비하면 중국 배는 항공모함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시작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도를 거쳐 중동과 동아프리카에 이르는 아시아 바닷길. 아시아 동서 교류는 일찍이 육로뿐만 아니라 이 길을 통해서도 이뤄졌다. 오래전 ‘와크와크’로 불리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판자를 댄 뗏목을 타고 해류를 따라서 인도양을 건너 동아프리카로 갔고, 반대로 당나라 초기 흑인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아프리카 흑인의 존재도 동아시아에 알려졌다. 이에 따라 모가디슈, 몸바사 등 당시 동아프리카 해변 도시는 상당한 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가 서에서 동으로, 북에서 남으로 하나의 크고 갈수록 여러 방식으로 연결된 ‘회로’로 발전했다. 이들 장소를 연결한 실은 무역이었지만, 특정한 유형의 무역이었다. 제국의 날개 위에 탄 상업, 또는 아마도 더 중요하게는 다른 제국들과 경쟁하고 협력하는 제국에 의해 추동된 상업이었다.”
저자는 역사학뿐 아니라 인류학, 고고학, 미술사,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방법론을 활용해 아시아 바다의 연결과 무역, 종교, 도시, 산물, 기술 6개 주제를 중심으로 500년 아시아 해양사를 추적한다. 거시적인 흐름을 조망하는 동시에, 특정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아시아 근현대 해양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이를 통해 아시아 해양사가 매우 다채롭고 역동적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정규적인 무역뿐만 아니라 ‘밀수’가 인도양, 남중국해를 비롯해 아시아 해양 전반에 펼쳐져 있을 정도로 활발했고, 종교와 향신료 등 다양한 관념과 물질이 바닷길을 통해서 공유돼 왔다는 사실을.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커피는 홍해 회랑의 예멘에서 재배된 뒤 무역로가 통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곳에 상륙했고, 향신료는 아주 먼 유럽인들까지 끌어들여 제국의 질서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이와 함께 제국주의 세력은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 주요 항구와 도시를 연결하며 발전시켰고, 등대로 바다를 통제하고 지도 개발을 통해 효율적으로 지배하게 됐다는 사실 역시 알 수 있다.
저자는 역동적인 아시아 해양사를 복원해냄으로써 아시아가 농경과 유목 중심의 대륙이었다는 오해와 편견을 벗겨내는 데 일정하게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러한 탐구를 바탕으로 중국이 팽창주의를 내세우는 오늘날, 아시아 바다의 미래를 전망하며 질문을 던진다. “중국이 해상 지배권을 그 목표의 하나로 삼는 새로운 영토 강국이 된다면 아시아 바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요컨대 중국이 바다를 지배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저자는 책에서 분명한 대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은 예측하는 학문이 아니라 역사학을 했다며 역사를 통한 약간의 실마리만을 제시할 뿐이다. “아시아의 해로는 동아프리카에서부터 멀리 뻗어 태평양 중간에까지 이른다. 이 해로는 끊임없이 변화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 없는 상인들의 욕망과 능력이었다. 발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이동의 유산은 아직 우리와 함께 있다. 혈통과 이주 안에, 그리고 식민지와 무역 연결망 안에.”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