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가혹한 폭염… 앞으론 ‘예외’ 없다
40도 웃도는 여름 전기 끊어 숨져
2019년 더위로 사망 49만명 육박
농업생산량 줄어 ‘식량 공황’ 위기
“폭염 더욱 강력해지고 빈번해져
많은 사람 평등하게 피해 입을 것”
폭염 살인/ 제프 구델/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2만3000원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사는 스테파니 풀먼은 2018년 여름 전기료를 176달러 연체했다. 은퇴자인 그의 한 달 수입은 1000달러가 안 됐다. 9월5일까지 밀린 전기료를 겨우겨우 냈지만 여전히 51달러가 남은 상태였다. 전기회사 애리조나 퍼블릭서비스는 풀먼의 집에 전기를 차단했다. 당시 기온은 41.6도. 일주일 뒤 풀먼은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열노출이었다.
이 책은 지구적 기후위기가 인간과 도시, 식량, 동식물,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본다. 지구 온도가 평균 1∼2도 오른다고 하면 그 파괴적 힘이 실감 나지 않는다. 25도와 27도가 얼마나 차이 나겠나 싶다. 저자는 “독자가 더위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것이 목표”라며 “여기에서 말하는 더위는 적극적인 힘, 철로를 휘게 한다거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아챌 새도 없이 나를 죽일 수도 있는 그런 힘”이라고 말한다.
한여름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과 실내 거주자 사이 불평등은 이미 한국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상황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며 “폭염이 더 강력해지고 빈번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평등하게 피해를 입을 테니 말이다”라고 경고한다.
기후위기는 대이동을 부른다. 육상 동물들은 현재 10년마다 거의 20㎞를 이동하고 있다. 해양생물은 육상 동물보다 이동 속도가 4배 빠르다. 대서양 대구는 10년간 160㎞를 북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동부에서는 나무들이 10년에 평균 약 32㎞의 속도로 북쪽과 서쪽으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흰가문비나무는 10년에 약 97㎞의 속도로 북상 중이다. 기다란 털이 몸을 덮고 있는 호박벌은 몸이 너무 뜨거워진 탓에 하늘에서 죽은 채로 떨어지기도 한다. 캐나다 오타와대 생물학자 피터 소로이는 “현재 호박벌은 다른 대량 서식지에 정착하는 속도보다 8배는 빠른 속도로 곳곳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후 변화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도 이주 대열에 합류했다. 남동아시아에서는 강우량이 들쑥날쑥해지면서 농사짓기 어려워져 등 떠밀리듯 중동, 유럽, 북아메리카로 이주한 이들만 800만명이 넘는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쪽에 있는 사헬에서는 가뭄으로 농사가 힘들어지면서 수백만명이 연안과 도시로 흘러들고 있다.
‘식량 공황’ 역시 예견된 미래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한여름에 열악한 상태에 처한 텍사스의 옥수수 경작지가 전체의 42%에 달했다. 2022년 극단적인 더위로 프랑스의 옥수수 수확량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 농업생산량은 기후 변화가 없었을 경우보다 2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평균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옥수수는 7%, 밀은 6%, 쌀은 3%씩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세계인구는 2050년이면 100억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들을 먹여 살리려면 농업생산량은 50% 늘어나야 한다. 인도의 거의 2배에 맞먹는 농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어컨은 기후위기를 부채질한다. 도시 열섬효과를 가속하고, 에어컨으로 인해 밀봉 상자 같은 건축물이 늘어났다. 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1인용 에어컨은 총 10억대가 넘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