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죽음 부른 ‘얼차려’…심각한 근육통에 소변량 줄면 의심해야

유병훈 기자 2024. 6.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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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세포 파열로 생긴 독성물질이 신부전 일으켜
물 많이 마시고 갑자기 과격한 운동 피해야
육군 부대 정문으로 응급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모 부대에서 군기 훈련을 받던 중 쓰러진 훈련병이 이틀 만인 지난 25일 숨졌다. 훈련병은 완전군장 구보를 하다가 ‘횡문근융해증’ 증상을 보이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여름철에 갑자기 과격한 운동을 하면 횡문근융해증으로 신장 기능이 정지될 수 있다”며 “증상이 나타나면 물을 충분히 마시고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횡문근은 근육 섬유가 가로무늬인 근육을 뜻한다. 주로 움직이는 관절에 있는데, 이 근육세포가 파괴되고 녹는 융해가 일어난 증상을 횡문근융해증이라고 한다. 가로무늬 근육이 갑자기 과격한 운동을 통해 자극을 받으면, 근육세포들이 찢어지면서 독성 물질이 쏟아진다.

근육세포 속에서 산소와 결합하는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이 대표적 독성 물질이다. 미오글로빈이 근육세포에서 한꺼번에 분출되면 신장(콩팥) 혈관을 막아 문제를 일으킨다. 증상이 심해지면 신장이 아예 기능을 못하는 급성 신부전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고대구로병원 신장내과 김지은 교수는 “횡문근융해증은 근육통과 구분하기가 어려워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방치되곤 한다”며 “근육통 같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물을 충분히 마시고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횡문근융해증은 여름철에 자주 발병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지은 고대구로병원 신장내과 교수 /고대구로병원 제공

–주로 어떤 환자들이 횡문근융해증으로 병원을 찾나.

“평소에 운동량이 많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격렬한 운동을 했을 때 주로 생긴다. 크로스핏이나 스피닝처럼 격렬한 근육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함께 한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퍼스널트레이닝(PT)을 처음 받고 발병해 병원을 찾은 환자도 있었다. 여름철에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많은데,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했다가 탈이 나는 경우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는 것 아닌가.

“운동을 과하게 해서 문제가 생긴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찢어진다. 운동뿐만 아니라 여름에 햇볕을 오래 쬐면 열 때문에 근육 세포가 변성되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교통사고에 따른 타박상으로 근육이 심하게 손상되면, 횡문근융해증이 생길 수 있다. 고지혈증 환자는 ‘스타틴’이라는 성분의 약을 복용하게 되는데, 이 약의 부작용에도 횡문근융해증이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

“외부 자극에 근육이 적응돼 있다면 단순한 근육통에 그친다. 횡문근융해증 증상이 나타나는 운동량은 개인마다 편차가 크다. 연령대 별로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젊을수록 갑작스럽게 고강도의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성별이나 연령은 변수가 아니다.”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

“근육통이 있고, 소변량이 줄면서 소변 색이 콜라처럼 짙게 변하면 횡문근융해증일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열이 나거나 몸살 기운이 동반될 수 있다.”

–얼마나 위험한가.

“증상이 경미하면 외래 진료에서 “물을 많이 드시라”고 하고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소변량이 줄어들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신장이 기능을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투석을 해야 한다. 급성 신부전의 경우 중환자실에서 투석 치료를 하면 회복하기도 하지만, 신장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망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는 이유는.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날 정도로 근육이 자극을 받으면, 각 근육을 감싸는 근막 안쪽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근육이 괴사한다. 근막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 혈액 순환과 림프 순환을 막으면서 근육세포와 신경, 혈관을 압박해 손상시킨다. 이를 구획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렇게 근육이 괴사하는 것은 초(超)응급 상황이다. 근육의 색깔이 변하고, 소변량이 줄었다면 즉시 근막을 열어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염증이 전신으로 퍼져서 사망한다.”

–응급대처법이 궁금하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 세포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이 신장 혈관을 막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다. 그렇다면 물을 많이 마셔서 혈액량을 늘려 독성 물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도록 해야 한다. 횡문근융해증은 발병하기 전에는 이상 증상이 없으니, 의심 증상이 생기면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방법이 있나.

“역시 운동하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고, 더울 때 야외 운동은 지양해야 한다. 열사병은 근육 조직을 포함한 전신과 장기가 열에 의해 손상되는 병을 뜻한다. 횡문근융해증도 열사병의 일종이라고 봐야 한다. 평소에 운동량이 적은 사람은 갑자기 과도하게 운동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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