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 주 국제정세 [PADO]
미국과 남쪽으로 이웃해있는 멕시코가 6월 2일에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주지사 등 선거를 치릅니다. 멕시코는 인구가 약 1억 3000만 명으로 일본과 비슷한 규모이며, 국토면적은 남한의 약 20배입니다. 인구와 국토면적만 보면 세계적인 강국이 돼야 합니다만 상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 내지 '디리스킹'을 추구함에 따라 미국,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USMCA)을 체결해 유지하고 있는 멕시코가 그 반사이익을 봐 2023년부터 멕시코가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돼 있습니다.
멕시코는 과거 제도혁명당이 71년간 장기집권하고 있었고, 지금도 제도혁명당 세력이 중요한 정치세력 중 하나입니다. 정치적 입장은 중도우파 정도 됩니다. 현재는 국가재건운동(Morena)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라는 약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습니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에 종종 등장하는 포퓰리스트 스타일의 정치가로서 좌파적 레토릭으로 자본과 시장을 공격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직접 나눠주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서민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금년 초에는 개혁 패키지라는 것을 제시했는데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심지어 법관도 선거로 뽑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번 대선은 두 명의 여성 후보가 맞붙었는데, 오브라도르의 집권 국가재건운동 후보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가 쉽게 이길 것으로 보입니다. 5월말 현재 지지율에서 20% 포인트 앞서고 있습니다. 그는 수도 멕시코의 시장을 역임했는데 갱단 등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멕시코에서 매우 안정적인 도시를 만들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잠재력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세계 최대 경제의 미국과 자유무역 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중국 대신 미국의 제조업 기지 역할을 일부라도 해준다면 향후 높은 경제성장률과 함께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펜타닐 등 마약의 공급기지가 되고 사람들은 미국으로 밀입국해 빠져나가고 정부는 부패로 찌들어있는데다 반시장적 정책기조를 계속 보인다면, 해외자본의 투자도 받기 힘들뿐더러 저성장, 높은 실업률, 마약산업으로의 인력유입, 마약카르텔과 정부관리의 유착, 해외자본의 멕시코 투자 기피 등 악순환이 계속될 것입니다. 현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어떻게든 셰인바움 차기 대통령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어두려 할 것입니다. 신임 대통령이 어떻게 오브라도르의 그늘에서 벗어나 경제성장, 일자리창출, 마약산업 근절 등의 멕시코의 난제를 해결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요란합니다. 수백개의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리고, 군사정찰위성을 올린다며 로켓을 오키나와 방면으로 쏘아올렸는데 실패했고, 30일 아침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10발 이상 쏘았습니다. 그리고 남한측의 GPS를 교란하는 신호도 발사했습니다.
도발이 한결같이 요란하긴 하지만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습니다. 이번 일련의 도발 중 상대적으로 위협적인 것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였는데, 일본 오키나와 방면을 향했던 것도 그렇고 또 발사체 즉 로켓이 군사용도의 탄두를 장착하면 ICBM 내지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는데 중간에 공중폭발해버렸습니다. 북한이 관심은 끌되 위협적이진 않게 일부로 실패를 의도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련의 요란한 도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관심을 끌려는 의중이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이 한국, 일본에 접근하고 있는 것을 견제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과의 정상회담 또는 관계정상화 협상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27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총리, 중국의 리창(李强) 총리가 4년 5개월만에 서울에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가졌습니다. 세 나라는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교섭을 가속화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한다"고 합의했습니다. 중국과의 디커플링, 디리스킹을 추구하는 한국과 일본이 3국 FTA를 과연 체결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기시다 일본 총리는 29일 도쿄에서 중국공산당 내 외교를 총괄하는 류젠차오(劉建超) 대외연락부장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류젠차오 부장은 공산당의 주요 인사일뿐만 아니라 차이 외교부장 물망에도 오르고 있는 외교통입니다. 중국이 한국, 일본, 미국 등 서방에 다시 접근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취임을 겨냥해 23일부터 이틀간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벌였습니다. 중국의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우리의 통일부에 해당)은 "'대만 독립' 도발이 그치지 않으면" 중국군이 유사한 군사훈련을 계속 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번 훈련과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대만 남단과 필리핀 북단 사이에 있는 바시(Bashi) 해협의 중요성에 대한 분석기사를 통해 일본에게 이 바시 해협의 항행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미국 역시 이 해협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이나 중동지역을 오가는 선박들은 한국의 경우 대만해협을 통과하지만 일본의 경우 말래카해협-바시해협이 주 해상교통로가 됩니다. 여기를 거쳐 태평양으로 나간 후 오사카나 도쿄를 향합니다.
그런데 하이난섬에 기지를 두고 있는 중국의 핵탄두미사일 탑재 잠수함(SSBN) 역시 이 바시해협이 주요 작전 루트입니다. 깊게 잠항(潛航)을 해 미국의 감시를 피해 생존해 있다가 만일의 핵교전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중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 보복할 수 있는 이 핵잠수함(SSBN)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에 대해 섣불리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이 잠수함은 깊은 잠항을 위해 바다가 얕은 대만해협보다는 깊은 바시해협을 통해 더 깊은 태평양 심해로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즉, 일본의 해상교통로와 중국 핵잠수함의 작전루트가 겹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아사히신문의 분석입니다. 바시해협은 일본은 경제적 이유로, 중국은 안보적 이유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생사를 건 이해'(vital interest)가 되고, 이러한 이해의 충돌에 따라 바시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이 기사의 숨겨진 결론이었습니다.
스웨덴이 2기의 조기경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고, 벨기에는 2028년까지 30기의 F-16 전투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조기경보기를 갖추게 됨에 따라 항공작전의 반경, 탐지능력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무기가 속속 우크라이나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선은 이대로 교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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