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이스의 은퇴는 어떨까' 축구계 전설적인 은퇴경기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독일 국가대표로 월드컵 우승을 경험하고 레알 마드리드의 핵심 미드필더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달성한 토니 크로스(34). 똑같이 독일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도르트문트의 전성기를 이끌고 세 번이나 분데스리가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던 마르코 로이스(35)가 2일 열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통해 은퇴한다.
'꿈의 무대'로 불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결승전 무대를 자신의 은퇴경기로 삼은 두 선수. 이들 이전에 긴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 경기에서 전설을 쓴 인물들을 소개한다.
▶카윗, 해트트릭으로 18년만에 우승시키며 은퇴
페예노르트, 리버풀 등에서 활약한 네덜란드 공격수 디르크 카윗. 그는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을 당시 라이벌팀 리버풀에서 뛰기도 했다. 박지성처럼 많이 뛰고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수비형 윙어'였다는 점에서 박지성과 많이 비교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리버풀에서 6년을 뛰고 터키에서도 뛴 후 35세의 나이에 친정팀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로 돌아간 카윗. 이곳에서 두 시즌을 활약한 카윗은 2017년 5월 시즌 종료를 끝으로 은퇴한다고 밝혔다. 자연스레 은퇴 경기는 리그 최종전이었던 헤라클레스와의 경기.
페예노르트는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최종전 직전 경기에서 0-3 대패를 당하며 2위팀 아약스에게 승점 1점차까지 추격당했다. 조마조마한 홈팬들을 위해 카윗은 경기시작 38초만에 골을 넣더니 전반 12분에는 멋지게 날아올라 다이빙 헤딩골을 넣어 2-0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39분에는 페널티킥 득점을 성공시키며 해트트릭을 달성한다. 이 득점 직후 카윗은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 자신의 유니폼을 코너 플래그로 꽂은 후 높게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페예노르트는 카윗의 해트트릭으로 헤라클레스를 3-1로 누르고 1998~1999시즌 이후 무려 18년 만에 네덜란드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은퇴 경기에서 해트트릭. 그리고 돌아온 친정팀에 18년 만에 우승컵을 안기고 은퇴한 그의 서사는 극본으로도 힘들지 않을까.
▶월드컵 결승전이 은퇴경기, 그리고 박치기 '지단'
세계 축구사에 으뜸으로 손꼽히는 지네딘 지단. 그의 은퇴 경기는 전세계인들이 지켜봤다. 지단이 은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경기가 바로 '월드컵 결승전'이었기 때문이다.
2006 독일 월드컵. 이 무대를 끝으로 선수 은퇴를 발표했던 지단은 조별리그에서 한국이라는 복병에 1-1 무승부를 거두는 등 힘겹게 조별리그를 거쳤다. 이후 토너먼트에서 이케르 카시야스의 스페인, 호나우지뉴의 브라질, 루이스 피구의 포르투갈 등을 이기며 끝내 결승까지 오른다. 결승 상대는 '빗장수비'의 이탈리아.
지단은 전반 7분만에 세계 최고 골키퍼인 지안루이지 부폰을 속이는 톡 찍어차는 '파넨카'킥으로 페널티킥 득점을 한다. 조국에서 열려 우승했던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 당시 결승전 2골에 이어 또 다시 월드컵 결승전 득점.
그러나 이후 프랑스는 마르코 마테라치에게 실점하며 1-1 동점을 허용하고 연장전에 돌입한다. 그리고 연장 후반 5분 전설적인 장면이 나온다. 가족 욕을 하며 도발한 마테라치에 흥분한 지단은 마테라치의 가슴팍에 박치기를 해버린 것. 이를 본 심판은 지체없이 퇴장을 선언했고 전설적인 선수였던 지단의 선수로써 마지막은 이렇게 끝나버린다.
이후 프랑스는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에게 패하며 월드컵 우승에 실패한다. 아직 연장 10분이 남은 상황에서 도발을 참지 못하고 박치기 퇴장을 당한 '주장' 지단에 대한 비난은 엄청났다.
선수 은퇴 경기가 월드컵 결승전. 그 경기에서의 득점. 그리고 희대의 '박치기' 사건으로 퇴장. 여기에 대회 후 그럼에도 월드컵 MVP인 골든볼 수상까지. 지단의 은퇴 경기는 여러 의미로 전설이 됐다.
▶'낭만의 끝' 루카렐리
앞서 언급한 두 선수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낭만'을 따지자면 이 선수만한 은퇴경기가 없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루카렐리.
1996년 선수생활을 시작해 주로 이탈리아 세리에A서 뛴 루칼레리는 2008년 여름 31세의 나이에 파르마 칼초로 이적한다. 루카렐리는 2부리그인 세리에B 소속이었던 파르마를 곧바로 1부리그 세리에A로 승격시켰다. 게다가 루카렐리는 이후 팀의 주장을 맡아 유로파리그 진출까지 이뤄내는 등 말년에 더 뛰어난 활약을 했다.
하지만 파르마는 잘못된 구단주가 들어오며 재정난으로 인해 8개월 가량 급료가 밀렸다. 여기에 유니폼 세탁도 해주지 않아 선수가 직접 세탁을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결국 이로 인해 승점삭감 징계까지 받고 강등이 확정됐다. 이후 팀 자체가 파산해 모든 선수들이 FA로 풀리고 파산에 대한 징계로 인해 단순히 2부리그 강등이 아닌 아마추어리그인 4부리그(세리에D)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치달았다.
자연스레 선수들은 새로운 팀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주장' 루카렐리는 이상한 선택을 했다. 바로 파르마 잔류를 선언한 것. 루카렐리는 "솔직히 세리에A 팀의 제의를 받았지만 흥미없다. 파르마를 위해 죽겠다. 파르마와 함께 다시 태어나겠다. 다시 파르마를 1부리그로 승격시키겠다"고 말했지만 당시에는 이 약속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가 없을 정도로 파르마는 망가져있었다.
루카렐리를 중심으로 사실상 재창단한 파르마는 2015년 4부리그 강등 후 2016년 3부리그 승격, 2017년 2부리그까지 초고속 승격을 해낸다. 그리고 2018년 5월19일 열린 시즌 최종전에서 루카렐리는 풀타임을 뛰며 파르마의 2-0 승리를 지켜냈다. 이 승리로 세리에B 2위를 차지하며 극적으로 세리에A 승격에 성공한다.
이 경기가 바로 루카렐리의 은퇴경기였다. 루카렐리는 자신이 약속했던 '파르마의 1부리그 복귀' 약속을 4부리그에서부터 지켰다. 그리고 파르마의 1부 승격을 확정시킨 경기를 끝으로 선수 은퇴를 했다. 파르마는 곧바로 그의 등번호 6번을 영구 결번시키며 전설에 예우를 보였다.
스페인 매체는 당시 "세계 축구사에서 가장 충성심 있는 선수의 은퇴"라는 표현으로 4부리그에서부터 1부리그까지 팀을 승격시키고 은퇴한 루카렐리를 기념했다. 이런 낭만있는 은퇴경기를 치룬 선수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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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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