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비공개해 달라" 최태원 측 요청 거부한 재판장

윤지원 2024. 6. 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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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이혼 판결 논란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지난달 30일 2심 재판부의 1조3808억원 재산분할 선고 직전 ‘판결문 비공개’를 요청했지만 재판장인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59·연수원 19기·사진)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가 최 회장 측의 똑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판결문을 비공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법원 안팎에선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는 김 재판장의 성격이 드러난 장면”이란 평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혼 소송 사상 최대 재산분할 선고는 김 재판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예고됐다. 판결 요지 낭독에 앞서 “판결문이 길어 (선고에 앞서) 판결 이유부터 먼저 설명할 건데, 항소심 결론의 큰 틀은 ‘(1심의) 위자료 1억원은 지나치게 낮다’와 ‘재산분할 대상은 1심에서 좁게 잡아 확대한다’는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이 긴박하게 ‘선고 이후 판결문 열람을 원천 금지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가사 사건은 법원 예규상 일반인의 판결문 열람이 금지되는데, 최 회장 측은 이에 더해 “법원 전산망을 통한 법관들의 열람권도 원천 차단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도 “법원 내부 열람까지 막으면 안 된다”는 의견서를 내며 맞섰다.

‘판결문 열람’을 두고 양측의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던 사이 김 재판장은 50여 분간 요지 낭독을 마친 뒤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곤 법정에서 퇴장하자마자 지체 없이 판결문을 법원 전산망에 공개했다. 최 회장 측의 ‘판결문 원천 비공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법원 내에선 약 200쪽 분량인 2심 판결문도 화제가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2심 판결문은 ‘현대사 다시 읽기’ 수준으로 6공화국 시절을 두루 살핀 판결문”이라며 “김 재판장이 최 회장 측 요청에도 불구하고 작심한 듯 판결을 법원 내부에 공개한 것”이라고 촌평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선고 직후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며 “이는 비공개 가사 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김 재판장은 앞선 판결에서도 혼인 파탄에 책임이 큰 유책 배우자에게 폭넓게 책임을 물어 주목을 모았다. ▶지난해 1월엔 상간자에 사용한 돈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고 ▶지난해 6월엔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소송을 당했을 경우 더 큰 액수의 위자료를 인정했으며 ▶지난해 11월엔 부부 중 일방이 혼인 기간에 단독 명의로 취득한 주식이라도 다른 배우자가 기여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판결한 게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 같은 법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항소심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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