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비공개해 달라" 최태원 측 요청 거부한 재판장
최태원·노소영 이혼 판결 논란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혼 소송 사상 최대 재산분할 선고는 김 재판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예고됐다. 판결 요지 낭독에 앞서 “판결문이 길어 (선고에 앞서) 판결 이유부터 먼저 설명할 건데, 항소심 결론의 큰 틀은 ‘(1심의) 위자료 1억원은 지나치게 낮다’와 ‘재산분할 대상은 1심에서 좁게 잡아 확대한다’는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이 긴박하게 ‘선고 이후 판결문 열람을 원천 금지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가사 사건은 법원 예규상 일반인의 판결문 열람이 금지되는데, 최 회장 측은 이에 더해 “법원 전산망을 통한 법관들의 열람권도 원천 차단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도 “법원 내부 열람까지 막으면 안 된다”는 의견서를 내며 맞섰다.
‘판결문 열람’을 두고 양측의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던 사이 김 재판장은 50여 분간 요지 낭독을 마친 뒤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곤 법정에서 퇴장하자마자 지체 없이 판결문을 법원 전산망에 공개했다. 최 회장 측의 ‘판결문 원천 비공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법원 내에선 약 200쪽 분량인 2심 판결문도 화제가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2심 판결문은 ‘현대사 다시 읽기’ 수준으로 6공화국 시절을 두루 살핀 판결문”이라며 “김 재판장이 최 회장 측 요청에도 불구하고 작심한 듯 판결을 법원 내부에 공개한 것”이라고 촌평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선고 직후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며 “이는 비공개 가사 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김 재판장은 앞선 판결에서도 혼인 파탄에 책임이 큰 유책 배우자에게 폭넓게 책임을 물어 주목을 모았다. ▶지난해 1월엔 상간자에 사용한 돈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고 ▶지난해 6월엔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소송을 당했을 경우 더 큰 액수의 위자료를 인정했으며 ▶지난해 11월엔 부부 중 일방이 혼인 기간에 단독 명의로 취득한 주식이라도 다른 배우자가 기여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판결한 게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 같은 법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항소심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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