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더위병 걸린 군인 1199명, 98일간 투병 중증 병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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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온열질환 경계령
질병관리청이 최근 강원도 인제군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숨진 훈련병을 열사병 추정 사망자로 분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훈련병이 숨진 강릉아산병원 의료진의 신고를 근거로 했다. 이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질병청 통계에 잡혔다. 이처럼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군부대 내 온열질환 환자가 한 해 1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군의무사령부 예방의학과 소속 군의관과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지난 4월 국제학회지 ‘군 의학’에 ‘한국군의 온열질환 현황 분석 및 평가’ 논문을 발표했다. 군 온열질환과 관련한 첫 연구다. 연구팀은 국방의료 통계 정보 시스템과 국군의무사령부 열 상해 감시 시스템 자료를 활용했고 국군의무사령부 기관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았다.
강찬수 환경신테믹연구소장이 지난달 29일 환경뉴스 사이트인 ‘강찬수의 에코파일’에 소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열 상해 환자는 1199명으로 조사됐다. 열 탈진이 831명(69.3%)으로 가장 많았다. 땀을 많이 흘려 수분·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않아 극심한 무력감과 근육 경련을 보이는 증세다. 이어 열 피로 118명, 열사병·일사병 97명, 열 실신 79명, 열 발작 62명 등이었다. 특히 열사병은 질병청이 가장 위험한 온열질환으로 분류하는 증세다. 뇌 중추신경의 체온 조절 기능이 망가져 체온이 40도 넘게 올라간다. 다발성 장기 손상과 기능 장애를 초래하고 치사율도 30~40%에 달한다.
연구팀은 군 의무부대와 군병원에서온열질환 치료를 받은 환자를 집계했다. 2018년 1249명, 2019년 1250명, 2020년 846명, 2021면 1028명, 2022년 1109명 등이다. 질병청의 온열질환 환자 집계(지난해 2818명)에는 포함되지 않는 수치다. 연구팀은 군 병원에서 입원 진료를 받은 환자를 중증으로 분류했다. 2022년의 경우 20명가량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연구팀은 98일 입원 치료를 받은 25세 병사의 심각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병사는 지난해 8월 25일 행군 도중 열 실신 의심 증세로 입원했다. 뇌 컴퓨터단층촬영(CT)와 심전도 검사를 받고 퇴원했다 5일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간질에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악화돼 기계적 인공호흡 치료 등을 받았다. 저산소성 뇌 손상, 급성 췌장염, 패혈성 쇼크 등이 이어졌고 기관 절개술과 혈액 투석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온열질환은 육군에서 86.5% 발생했다. 전체 군인 중 장교는 37명(3.1%), 부사관은 149명(12.4%), 병사는 875명(71.9%)이었다. 병사 중에는 일병 320명(26.7%), 이병 219명(18.3%), 상병 204명(17%), 병장 74명(6.2%) 순으로 많이 발생했으며 훈련병도 58명(4.8%)이나 됐다. 열 손상 사례는 5월에 시작해 7월에 최고조에 이르고 9월까지 이어졌다.
연구팀은 군부대 내 온열질환자 숫자가 과소평가되거나 과소 보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훈련 도중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그늘에서 쉬고 다리를 높이며 상의를 벗기는 게 필요하다”며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고 얼음주머니로심부체온(심장·방광 등 신체 내부 기관의 온도)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얼음주머니가 따뜻해지면 즉시 새것으로 교체하고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면서 이런 냉각 과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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