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1호' 탄핵 기각 … 손준성·이정섭 탄핵은 어떻게 되나
손준성, '고발사주' 2심 실형 여부에 주목
이정섭, 수사 종결 후 기록 살펴 선고 예상
일각 "헌재 소극적... 탄핵제도 본질 흐려"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소추된 안동완 검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행위의 위법성 및 위법행위의 중대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탄핵심판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1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손 검사장은 항소심 결과가, '개인 비위 의혹'으로 검찰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이런 탄핵 기준에 들어맞는지 여부에 따라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안 검사 탄핵심판에 참여한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이 갈린 건 ①위법행위가 인정되는지 ②이 위법행위가 공직에서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지였다. 재판관 6명은 안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봤지만, 이들 중 4명만 이 행위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위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탄핵 인용 정족수(6명)에 못미쳐 탄핵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관들은 향후 손 검사장과 이 검사의 탄핵심판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밀 가능성이 크다.
손 검사장은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현 범죄정보기획관) 시절 총선을 앞두고 야당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 측에 전달했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이 검사는 처가 일가가 운영하는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경력(전과)을 대신 조회하거나 이 골프장에 선후배 검사들이 예약할 경우 편의를 봐줬다는 등의 개인 비위 의혹으로 탄핵소추됐다. 두 경우 모두 탄핵사유와 수사·재판 중인 혐의가 일치한다.
두 사람의 탄핵심판 모두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 확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손 검사장은 실명 판결문을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 누설 등)에 대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고발장이 선거일 이전에 접수되지 않아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사실관계에 대해 다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2심에서 어떤 판단을 받는지에 따라 위법성 및 위법행위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도 실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가 나온다면 헌재가 '중대한 위법'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헌재가 손 검사장 측의 탄핵심판 정지 요청을 받아들여 사실상 항소심 선고 때까지 탄핵 심판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손 검사장은 "고발장 작성 사실 자체가 없다"는 취지로 1심 결과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 검사 탄핵심판은 검찰과 공수처 수사 결과가 관건이다. 헌재가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판단하기 위해선 수사기관의 수사기록 등을 검토해야 하는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검찰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헌재의 독자적인 조사도 가능하지만, 강제수사권이 없어 수사결과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혐의 처분이든 공소제기 요구든 수사가 종결돼야 수사기록이 제출되고 그에 따라 헌재가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두 사람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는 이른 시일 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검사 탄핵심판은 2차 변론까지 진행됐고, 다음 달 25일 변론이 종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 수사도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공수처는 아직 제대로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손 검사장 항소심은 지난달 17일 시작된 만큼 탄핵심판이 언제 재개될 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재판관 5명의 임기가 끝나는 10월까지 선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새 재판관이 변론 절차를 갱신해 기록을 다시 살펴야 한다.
일각에선 탄핵 심판의 취지가 본질적으로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헌법연구관은 "탄핵은 고위공직자를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형사재판 절차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탄핵 제도의 본래 취지와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서 그 본질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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