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반려동물에게

이진구 기자 2024. 6. 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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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화창한 봄날, 반려견과 함께 한강공원을 산책할 때였다.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 아롱이를 보더니 "참 예쁘네요. 몇 살이에요?"라며 말을 걸었다.

언젠가는 보내야 하기에 많이 함께 있어 주지 못한 게 정말 미안하고,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더 사랑스러워져서 이별을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악순환(?). 언젠가 닥칠 일이 두려워 아롱이를 슬며시 안았더니 녀석은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두 발로 목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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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한한 우주를 건너 서로를 만났고 이 삶을 함께하고 있어(펫로스, 반려동물 애도의 기록)/최하늘 지음/312쪽·1만9800원·알레
몇 년 전 화창한 봄날, 반려견과 함께 한강공원을 산책할 때였다.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 아롱이를 보더니 “참 예쁘네요. 몇 살이에요?”라며 말을 걸었다. 이것저것 묻던 그는 자신도 반려견 두부와 자주 이곳에 나왔는데, 얼마 전 고령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했다. 그는 두부가 생각날 때마다 이곳을 걷는다고 했다. 두부는 사람만 보면 쪼르르 달려가 쓰다듬어 달라는 듯, 앉아서 머리를 숙이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두부가 떠난 것도 견디기 힘들지만 더 힘든 건 내가 두부를 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잊고 싶지 않아서 힘들지만 일부러 나온다는 것이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는데, 돌아보니 그는 몇 걸음 걷다가 멈추고 어딘가를 쳐다보고, 또 한참을 서 있고는 했다. 아마도 산책 중에 두부가 좋아했던 자리가 아닌가 싶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집사’들이 절대 하기 싫은 생각이 하나 있다. 사랑하는 우리 ○이가 세상을 떠나는 날에 대한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해서 아예 생각을 안 하려 해도, 나이가 들면서 하나둘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면 더 이상 떨쳐내기가 어렵다. ‘○이가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지….’

이 책은 2015년부터 반려동물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해 펫로스(Pet loss) 심리상담소를 만들고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저자가 그동안 만난 반려인들이 겪은 슬픔과 극복의 과정을 담담히 풀어낸 것이다. 반려동물과의 첫 만남에서 행복했던 추억, 이별 후 슬픔과 이를 견뎌 내는 과정을 반려인의 시점으로 기록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언젠가 닥칠 일이기에 반려인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지만 읽고 나면 더 마음이 아파지는 아이러니도 벌어진다. 언젠가는 보내야 하기에 많이 함께 있어 주지 못한 게 정말 미안하고,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더 사랑스러워져서 이별을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악순환(?). 언젠가 닥칠 일이 두려워 아롱이를 슬며시 안았더니 녀석은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두 발로 목을 감쌌다. ㅜㅜ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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