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죄” 美 사상 첫 ‘중범죄 전직 대통령’ 오명
배심원단 만장일치 유죄 평결
트럼프 “대선이 진짜 판결” 반발
다만 그는 “나는 무죄이며 진짜 판결은 대선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 대선 출마 요건은 35세 이상 시민권자, 14년 이상 미국 거주자일 뿐이어서 11월 5일 치러지는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이날 뉴욕 맨해튼 법원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 배심원단은 그의 34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평결했다. 검찰은 그가 성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관계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입막음 용도의 13만 달러(약 1억7550만 원)를 지급했으며, 이 비용을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법률 자문비처럼 조작했다고 기소했다.
12명의 배심원단은 당초 심리에만 수 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을 뒤집고 10시간 만에 만장일치 평결을 내렸다. 34개 혐의는 각각 위조된 수표와 송장 등의 총 건수다. 뉴욕주에서 다른 범죄를 은폐할 목적으로 사업 문서를 위조하는 것은 중범죄다.
그의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 측은 “법 위에 아무도 없음을 보여줬다”고 반겼다. 형량은 7월 11일 선고된다.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공화당 전당대회(7월 15∼18일)의 개막 4일 전이다.
트럼프 “대선이 진짜 판결” 반발… 7월 全大 4일전 형량 선고 주목
[트럼프 34개 혐의 모두 유죄]
“트럼프 유죄” 평결 美대선 영향은
트럼프 지지층 기소때처럼 결집… 지지율 접전속 ‘중범죄’ 영향 촉각
바이든 “투표로 트럼프 몰아내자”… 집행유예 관측속 징역형 가능성도
고개 숙인채 떠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성추문 입막음’ 재판에서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은 뒤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떠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정치적 박해’를 외치는 트럼프 지지자와 ‘중범죄자’라고 비판하는 그의 반대파가 뒤엉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은 이날 그의 뉴욕 거처 트럼프타워 앞에서도 지지를 외쳤다. 유죄 평결이 지난해 3월 이 재판에 대한 기소 때와 마찬가지로 강성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가 평결에 불복하며 “11월 5일 대선에서 심판받겠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다만 전직 대통령 출신인 야당 대선 후보가 ‘중범죄자’ 평결을 받았다는 것은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의 지지층 중에서도 소수의 ‘변심자’가 나올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유권자는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바이든)과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트럼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7월 형량 선고 관심
다만 그가 78세 고령이고 전과가 없으며, 문서 조작이 폭력 등이 연계되지 않은 화이트칼라 범죄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집행유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형량을 선고할 후안 머천 판사가 징역형 혹은 가택연금을 선고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머천 판사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차례 재판에 관한 발언 금지 명령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 등을 경고했다.
다만 징역형이 선고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형 집행을 미뤄 달라고 법원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 전까지 유세가 가능하고 옥중 출마를 가로막는 규정도 없다.
● “지지층 결집” vs “중범죄자 낙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건 외에도 2020년 대선 결과 조작 시도, 2021년 1월 6일 지지자의 의회 난입 시도 선동, 퇴임 당시 기밀문서 무단 반출 혐의에 관한 3건의 형사 재판도 앞두고 있다. 11월 대선 전까지 1심 결과가 나오기 힘든 이 3건과 달리 이번 사건의 평결은 대선을 약 다섯 달 앞두고 나온 터라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망은 엇갈린다. 평결 직후 그의 지지층이 앞다퉈 선거자금 모금 사이트 ‘윈레드닷컴’(WinRed.com) 등에 모이자 이 사이트가 다운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응징, 폭동 등을 거론하며 평결에 반발하는 강성 지지자의 글이 잇따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또한 소셜미디어 ‘X’에 “미 사법 체계에 대한 대중의 믿음에 큰 손상이 생겼다.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누구든 비슷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TV토론,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나온 ‘중범죄자’ 낙인이 여론을 급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초박빙이다. 지난달 26∼28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로 바이든 대통령(42%)을 앞섰다. 같은 달 21∼23일 NPR, PBS, 뉴스아워, 매리스트대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을 눌렀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 또한 ‘X’에 “트럼프를 몰아낼 방법은 투표뿐”이라는 글을 올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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