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 전야 전세시장
임대차법 4년, 전셋값 급등 부메랑으로
‘전세대란’의 공포가 재연될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0개월 연속, 서울은 11개월 연속 오름세다. 여기에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 4주년(2020년 7월 26일 시행)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억제됐던 상승 폭까지 한꺼번에 터질 기세다. 예고됐던 전세대란의 시계바늘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셋값이 많게는 5억원 넘게 오른 아파트 단지도 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128㎡는 올해 2월 10억원에서 4월 15억5000만원으로 5억5000만원 올랐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이후 2년 만의 재계약을 앞두고 전셋값을 감당 못해 낮은 평수의 집이나, 다른 동네로 이사를 고민 중인 세입자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는 지난 정부 때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주택임대차기간을 2년 연장하고 전셋값 상승률은 4년간 5% 제한, 세입자 보호를 도모하기 위한 입법이었다. 하지만 시장을 자극하면서 집값과 전셋값이 나란히 급등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물가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집주인들이 지난 4년간 상승한 전셋값을 한 번에 올려 받는 데 나선 것이다.
김규성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승계연구소장은 “올 7월 말 이후 임대차 2법 시행 무렵의 전세 계약이 대거 만기를 맞으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공사비 급등과 각지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연 등에 따른 주택 공급 부족까지 겹쳐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36만5963가구였던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33만1729가구, 내년 24만1785가구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전세 제도가 국민 다수의 ‘주거 사다리’로 자리 잡은 국내에서 전셋값 상승은 국민 삶과 주택시장에 켜진 경고등을 의미한다.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뿐더러, 집값까지 밀어 올리는 효과가 있어서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넷째 주 0.06% 올라 3월 셋째 주 이후 10주 연속 오르면서 상승 폭도 커지고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공공임대 확대와 함께 전세 보증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식의 전세시장 안정화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균·배현정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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