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진짜 판결은 미 대선일에”…출마엔 문제 없어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유죄 평결
외신을 종합하면 30일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엔 문제가 없다. 트럼프에 대한 형량 선고는 오는 7월 11일 나올 예정이며, 최대 4년형까지 받을 수 있으며 보호관찰이 선고될 수도 있다. 직후 트럼프 측은 항소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 상소도 가능한 만큼 대선 전까지 최종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가 설령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트럼프의 출마 자체엔 영향이 없다. 미 연방 헌법은 대통령 입후보 자격을 ‘미국에서 태어나 후보 등록 직전 14년을 미국에서 산 35세 이상 시민’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행여 트럼프가 교도소에 수감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선거에는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현지 매체들은 유죄 평결이 트럼프의 대선 가도에 악재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의 여론조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트럼프의 지지율은 바이든(44.3%)에 불과 1.2%포인트 앞서 있다. 트럼프 지지자 일부가 유죄 선고를 이유로 마음을 바꾸면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미 ABC방송 여론조사에서 4%,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6%의 트럼프 지지자가 그가 유죄일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에 대한 지지율이 2%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이라며 “1%포인트 이내 차이로 승패가 갈린 경합주에선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도 “트럼프를 지지하던 수천 명의 유권자가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같은 주요 주에서 투표에 나서지 않을 경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범죄자 프레임’으로 공세를 펼 것이란 점도 트럼프에겐 부담이다. 당장 유죄평결 직후 바이든은 X(옛 트위터)에 “트럼프는 사익을 위해 법을 어겨도 처벌을 받지 않을 거란 그릇된 믿음을 가졌다”며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쫓아낼 방법은 투표뿐”이라고 공격했다. 항소심을 비롯한 각종 형사 재판에 발목을 잡히면서 선거 자금 모금 등에 타격을 입을 거란 전망도 있다. 트럼프는 성추문 입막음 사건 외에 대선 전복 시도, 기밀문건 유출 의혹 등으로 세 차례 더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한다.
반면 유죄 평결이 트럼프에게 오히려 호재가 될 거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지층을 결집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형사 재판을 “바이든 행정부에 의한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며 ‘마녀사냥의 희생양’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번 평결 직후에도 그는 “재판은 조작됐다. 진짜 판결은 미국 국민에 의해 11월 5일(대선일)에 내려질 것”이라며 지지를 촉구했다. 트럼프 캠프도 트럼프 명의의 e메일을 지지자 등에 보내 “바이든이 후회하도록 즉각적인 반격을 대규모로 해야 한다”며 선거 자금 후원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캠프의 선거자금 사이트가 마비됐다고 CNN 등이 전했다.
트럼프는 재임 중 하원에서 두 차례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각종 구설에 휩싸인 적이 있다. 올해 선거운동도 도덕성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유죄 평결도 단지 그의 흠집 중 하나로 간주돼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ABC는 “지난 2016년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음담패설이 담긴 ‘액세스 할리우드’ 녹취록이 공개되며 지지율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대선 직전 빠르게 회복했다”며 “(대선까지) 5개월은 트럼프에겐 지지율 회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미 공영방송 PBS도 “재판 결과가 이미 공고하게 형성된 트럼프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보다는 기존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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