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검진은 NO" 류현진-페라자 줄부상…한화 다시 8위, 김경문 감독 내정한 날 '돌풍 중단'

김민경 기자 2024. 6. 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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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팔꿈치 불편감으로 급작스럽게 등판을 취소했다. ⓒ곽혜미 기자
▲ 김경문 전 감독이 한화 이글스 새 사령탑 후보에 올랐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화 이글스가 투타의 핵심인 류현진과 요나단 페라자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5연승 돌풍을 멈췄다.

한화는 3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6-8로 역전패했다. 한화는 시즌 성적 24승30패1무를 기록해 7위에서 8위로 다시 한 계단 내려왔다.

시끌벅적한 하루였다. 한화는 지난달 27일 최원호 전 감독을 사실상 경질한 뒤 새 사령탑 선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김경문 전 한국야구대표팀 감독 선임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화는 김경문 전 감독을 비롯한 몇몇 후보들과 면접을 진행한 상황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김경문 전 감독도 후보군 중 한 명이 맞다. 손혁 단장님께서 후보군을 만나고 계신다. 그러나 아직 새 감독이 결정된 바는 없다"며 확정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사실상 합의는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이르면 한화는 2일 김경문 감독 선임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경문 전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끈 명장으로 평가받는다. KBO리그에서는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사령탑으로 지내면서 통산 1700경기에서 896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와는 끝내 인연이 없었으나 두산과 NC를 탄탄한 강팀으로 이끌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끝으로 현장에서는 물러나 있었지만, 꾸준히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검증된 베테랑 지도자다.

한화는 최원호 전 감독이 개막 51경기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만큼 빠르게 팀을 수습할 지도자가 필요했고, 현장 지도 경험이 많은 지도자들을 위주로 후보군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문 전 감독은 2012년 창단한 NC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해 단기간에 리그 최정상급 팀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한화는 김 전 감독이면 리빌딩을 마치고 윈나우를 노리는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개시를 앞두고는 좌완 에이스 류현진의 부상 소식이 들렸다. 등판을 앞두고 몸을 푸는 과정에서 팔꿈치에 불편감을 호소했다. 한화 관계자는 류현진의 몸 상태와 관련해 "일단 하루이틀 정도 몸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현재는 병원 검진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며 심각한 부상은 아니라고 했다.

한화는 상대팀 삼성에 양해를 구하고 급히 우완 김규연으로 선발투수를 교체했다. 김규연은 올해 구원 등판만 했던 투수라 사실상 오프너를 맡았고, 험난한 불펜데이가 예상돼 6연승 도전에 먹구름이 꼈다.

갑작스러운 등판에 김규연은 1이닝 3실점에 그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후 장시환이 2이닝 1실점으로 분투했고, 한승혁이 1⅓이닝 무실점으로 버티면서 큰 힘이 됐다. 그러나 4번째 투수로 나선 박상원이 1⅓이닝 3실점, 이어 등판한 김범수가 1⅓이닝 1실점에 그치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한화는 장민재(1이닝)까지 투수 6명만 쓰면서 그래도 불펜 소모는 가능한 줄였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대전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3연전을 치르는 동안 문동주-황준서-김기중까지 어린 선발투수들이 연달아 6이닝씩 끌어주면서 불펜 소모를 줄였던 게 이날 장시환, 한승현, 박상원, 김범수에 멀티이닝을 맡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 한화 이글스 김규연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채은성 ⓒ곽혜미 기자

한화 타선은 이날도 뜨거웠다. 0-4로 뒤진 3회초 대거 5점을 뽑으면서 한때 기적의 6연승을 꿈꾸게 했다. 황명묵의 중전 안타 이후 장진혁이 상대 선발투수 김대우의 땅볼 포구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김태연이 중전 적시타를 쳐 1-4로 추격하기 시작했다. 1사 후에는 노시환이 우전 안타를 날려 만루가 됐고, 이때 삼성은 이호성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2사 후에 최근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는 주장 채은성이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호성의 커브를 공략해 우월 그랜드슬램을 터트려 순식간에 5-4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다 6회말 좌익수로 나섰던 페라자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페라자는 선두타자 양우현의 강한 타구를 잡기 위해 전력질주하며 쫓아가 왼쪽 담장에 몸을 부딪치며 뜬공으로 처리했다. 빼어난 호수비였는데, 페라자는 곧장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벤치에 사인을 보냈다. 페라자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고, 결국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MRI와 CT 촬영을 한 결과 이상 소견이 없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한화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페라자의 빈자리는 최인호가 채웠다.

박상원은 다음 타자 김현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2아웃까지 잘 잡은 뒤에 무너졌다. 김지찬과 맥키넌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2사 1, 2루 위기에 놓였고, 이성규에게 좌중간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5-5가 됐다.

한화는 급히 김범수로 마운드를 교체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김범수는 2사 2, 3루에서 최근 삼성으로 트레이드 이적한 거포 박병호에게 좌월 3점 홈런을 얻어맞았고, 5-8로 경기가 뒤집혔다. 승기가 삼성으로 넘어간 결정적 장면이었다.

▲ 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는 수비 과정에서 펜스에 부딪쳐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검진 결과 이상 소견은 없었다. ⓒ곽혜미 기자

한화는 7회초 곧장 반격에 나섰다. 황영묵의 볼넷과 김강민의 안타로 무사 1, 3루 기회를 잡았고, 김태연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6-8로 쫓아갔다. 계속된 1사 1루 기회에 원래대로면 페라자가 타석에 서야 했다. 페라자라면 훨씬 높은 확률로 삼성을 더 몰아붙일 수 있었으나 부상으로 이탈해 있었고, 최인호가 여기서 좌익수 뜬공에 그치며 흐름을 이어 가지 못했다. 노시환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추격의 흐름이 끊어졌고 한화는 끝내 2점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화는 올해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3월 성적 7승1패로 1위를 달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4월에는 6승17패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면서 하위권으로 쭉 떨어졌다. 5월 성적은 11승12패1무를 기록해 7위로 마무리했다. 그래도 여전히 시즌 승률 5할을 맞추지 못해 8위에 머물러 있다. 이날은 류현진과 페라자의 부상 이탈로 상승세가 끊어졌지만, 두 선수 모두 큰 부상은 아니기에 장기적인 무제로 이어진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새 외국인 투수 하이메 바리아와 팔꿈치 부상 회복을 거의 마친 기존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 등 6월부터 가세할 전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한화는 1일 선발투수로는 올해 2라운드 신인 조동욱을 예고했다. 조동욱은 다시 한번 한화의 젊은 선발투수 돌풍을 이어 가면서 상승세 속에서 새 감독을 맞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 한화 이글스 조동욱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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