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땐 가동원전 26기→34기로…부지 확보, 주민 설득 과제

김민중 2024. 6. 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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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3기+SMR, 2038년까지 추가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는 31일 공개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2038년까지 대형 원전 3기를 추가 건설하는 안을 담았다. 사진은 공사가 한창인 새울 3호(오른쪽)·4호기.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문재인 정부는 원전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원전을 배제하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전력 수요를 커버하려 했다. 그러나 4계절이 뚜렷해 기후 변화가 심한 국내에선 신재생에너지(신에너지+재생에너지)만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건 불가능하고, 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3~5배가량 비싸다는 등의 단점이 컸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뒤집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두루 확대하는 ‘친(親)원전’ 기조를 2022년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부터 반영하기 시작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가 31일 내놓은 11차 전기본 초안은 이 같은 윤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담고 있다.

전기본 총괄위는 2038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발전설비 10.6GW 중 4.4GW를 신규 원전을 지어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1기당 1.4GW인 한국형 원자로 ‘APR 1400’을 건설한다고 가정했을 때 3기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추가하면 추가로 필요한 발전설비를 확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이번 초안이 최종안까지 이어진다면 2038년까지 국내 가동 원전은 SMR 포함 총 34기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가동 원전은 26기다. 새울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3·4호기는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신규 원전 확보의 관건은 부지 확보와 주민 설득이다. 대형 원전의 경우 부지 확보 등에 시간이 걸려 최종 준공까지 평균 13년 11개월(167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바로 준비해야 2038년께 신규 원전을 가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초안은 그러나 직전 전기본과 비교하면 원전의 힘을 조금 빼 신재생에너지로 넘겨줬다. 2030년 원전 비중을 32.4%에서 31.8%로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유지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지난해 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재생에너지를 3배 확대하자”고 합의한 것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그 이후인 2030년부터 2038년까지 원전 비중은 31.8%에서 35.6%로 높아지고, 신재생에너지는 21.6%에서 32.9%로 올리자는 게 전기본 초안에 포함됐다. 이런 안이 실현되면 한국은 무탄소 에너지 70%의 시대를 열게 된다. 지난해 수치는 39%에 그쳤다. 원전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전원으로 분류된다.

이날 전기본 초안에는 2035년 원전·신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 간 경쟁 입찰시장을 도입하는 안도 있었다.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최적의 발전원을 선택하도록 하고 발전원 간 기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전기본 총괄위를 이끈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전기본 실현을 위해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전력망 구축 속도를 높이는 국가기간전력망확충 특별법이 지난해 10월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된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정 교수는 “(5월 30일 개원한) 22대 국회에선 초반에 반드시 전력망 특별법뿐만 아니라 해상풍력보급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이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신재생에너지의 일종인 해상풍력 발전의 법적 기반을 마련할 목적이다.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은 현재 ‘화장실 없는 아파트’ 신세인 원전을 위해 고준위방폐물처리장을 건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두 특별법 역시 21대 국회에서 끝내 통과에 실패했다.

SMR 도입안을 넣은 데 대한 호평도 있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은 “국내에 SMR이 도입되면 국내 기업의 SMR 연구개발(R&D)과 수출 등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두산에너지빌리티 등이 SMR을 개발하면서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경희대 교수)은 “민생을 포기한 초안 같다”고 말했다. 전기 요금 인상 압력을 낮추려면 비싼 신재생에너지보다 값싼 원전 비중을 더욱 늘렸어야 했다는 비판이다.

현재 전력 소매상인 한국전력공사는 장기간 ‘두붓값이 콩값보다 싼’ 역마진 구조로 전기를 공급하다 누적적자가 약 43조원에 달하는 등의 재무 위기에 빠져 있어 올해 하반기 이후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기료 인상 압력은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 회장은 “신규 원전을 대형 3기가 아니라 대형 10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신재생에너지의 ‘비용’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새 원전을 3기 늘리는 안의 경우 부지를 어디로 하고 주민을 어떻게 설득할지를 포함한 방법론이 빠져 있어 아쉽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근본적으로 국가가 나서 전력 수급 계획을 짜는 건 세계에서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며 “이제는 전기본 제도를 폐지하고 시장에 맡기는 게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시민 사회에선 원전 반대 성향의 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녹색연합은 “영국은 2022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40%였고 독일은 2023년 50%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이번 전기본의 신재생에너지 목표(2030년 21.6%)가 어떤 수준인지를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에너지기후행동은 “전력 수요 전망이 잔뜩 부풀려졌다”며 “이는 결국 핵발전 확대와 자본의 이익을 위한 정책에 토대가 될 뿐”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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