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화해’ 공은 던졌지만···[스경X이슈]

손봉석 기자 2024. 6. 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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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31일 하이브와 타협점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민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 보이밴드가 5년 혹은 7년 만에 낼 성과를 나는 2년 만에 냈다”며 “그런 성과를 낸 자회사 사장에게 배신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기자회견은 하이브와 어도어 분쟁 이후 두 번째로, 지난달 25일 첫 회견 이후 36일 만이다.

그는 이날은 웃음기 띤 밝은 얼굴로 등장했고 노란색 재킷 차림에 머리를 뒤로 묶은 차림이었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와 타협점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펀치를 한 대씩 주고받았으니 이제 됐다고 생각하고 삐지지 말자”고 말했다.

민 대표는 “경업금지 독소조항만 없어지면 제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은 포기하면 된다”며 “주주 간 계약이 어떻게 수정되든 상관없다. 빨리 만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전날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민희진 대표는 해임 위기에서 벗어났다. 재판부는 민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 “‘배신적 행위’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봤다. 민 대표는 가처분 결정에 “뉴진스 멤버들도 어제 난리가 났다. 스케줄이 없었으면 다 만났을 것”이라고 전했다.

법원 결정으로 민 대표는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유임이 됐으나,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는 민 대표 측 사내이사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를 해임하고, 자사 내부 임원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새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민 대표는 새 사내이사들이 어도어 경영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되면 그분들이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되는 것이라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런 판단은 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하이브가 어도어를 발전시키고 뉴진스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협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모회사에 의리를 지키려면 가끔 뉴진스·어도어를 배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지만 저는 어도어 사장이라는 게 제1순위다. 그러라고 어도어가 독립법인으로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민희진 대표는 “뉴진스와 저의 비전은 ‘그저 행복하게 살자’다”라며 “얘네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인도하느냐가 중요하다. 7년 아티스트 하면 지겨워서 시집가고 싶거나 유학 가고 싶을 수도 있다. 이후에는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게 장기적으로 그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고, 무얼 얻기 위한 분쟁인지도 모르겠다”며 “누구를 힐난하고 비방하고가 지겹다. 모든 사람이 신물이 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대의적으로 어떤 것이 더 실익인지 생각해서 모두가 더 좋은 방향일지 (고민하자)”라며 “법적으로도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아니라고 한 상황에서 이런 부분이 더 건설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모두를 위해서 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민희진 대표는 “그게 경영자 마인드이고, 인간적으로 맞는 도리”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첫 기자회견 후) 한 달이 넘은 것 같은데 인생에서 다시 없었으면 좋겠는 힘든 일이었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누명을 벗었기에 홀가분한 것은 있다. 개인적으로는 큰 짐을 내려놨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전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고, 자신의 성과를 밝히며 “나는 경영에 소질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하이브 측은 민 대표의 화해 제안에 별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30일 법원이 민희진 대표가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공식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앞서 하이브가 임시주총을 열고 어도어 이사회를 1대 3 구도로 재편해 하이브 측 인사들이 이사회를 장악한 것 자체가 이번 이슈에 대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 구성이 된 이사회가 차후 민 대표의 해임을 결의할 수도 있가 떄문이다. 민 대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법무법인 세종 이수균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그런 이사들의 의결권 행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저희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희진 대표가 ‘맞다이’라는 속어까지 사용하며 대결 구도를 연출하다 “감정적인 부분을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자”며 화해를 제안한 것은 이런 현재 구도에 대응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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