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 못 내놓는 정부…전문가들 "보증금 상한제, 아파트 임대사업자 부활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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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4년, 전셋값 급등 부메랑으로
치솟는 전셋값과 주택 공급을 위해 ‘주택·토지 분야 규제 합리화 조치’ 발표를 앞뒀던 정부가 지난달 돌연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국토교통부는 발표 예정일이었던 지난달 24일을 사흘 앞두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이유로 대책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임대차시장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만큼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현재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세 안정화 대책은 크게 3가지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폐지, 전세보증제도 개선,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도입 등이다. 이를 통해 규제 완화, 세입자 수요 분산,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임대차 2법의 폐지를 통한 전세난 해소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을 그었다. 이는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임대차 2법 도입을 강행한 야당과의 합의가 어려워 현실화 가능성이 낮은 데다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차 2법 시행 후 4년이 지나 정착 단계에 들어선 제도에 변화를 준다면 시장에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며 “특히 전세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임대차 2법을 풀어 임대료를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전체 시장의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非)아파트 전세 기피 현상 해소도 화두다. 정부는 지난해 전세반환보증이 전세사기에 악용됐다는 지적에 따라 보증 가입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보증에서 탈락하는 물건이 대거 생겨나면서 전세 물량이 확 줄어 버렸다. 이에 국토부는 공시가 126% 이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되, 후순위로 밀린 감정평가 방식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공시가 대신 감정평가 방식을 활용하는 방식은 계약 전 주택의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만약의 경우에는 감정평가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세입자에게는 안전장치를 추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세사기의 온상이라는 비아파트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선 보다 다양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정보 사각지대에 있는 비아파트부터 안심거래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계약 시 선순위 세입자와 보증금액, 대출금액을 계약서에 첨부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전·월세 보증금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지역 연립·다세대의 전세가율은 평균 72%다. 강서구(80.2%), 구로구(79%), 관악구(77.8%) 등은 이른바 ‘깡통전세’의 위험 수위까지 차올랐다. 김진유 교수는 “임대사업자에게 집값의 70% 이내까지만 보증금을 받도록 하고 나머지는 월세로 받게 한다면 전세사기의 원인이 된 갭투자를 방지하고 깡통전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보증금 상한선을 권고하고, 이를 지키는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제안된다.
그러나 전세난의 핵심은 결국 전세 물건 부족이다. 정부는 든든전세주택과 같은 임대주택 추진을 예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파트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의 부활 등 적극적인 공급 정책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2020년 아파트 민간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했다. 또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도 대거 축소했다. 이로 인해 2020년 160만 가구에 달하던 민간 임대주택은 지난해 90만 가구 수준으로 급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임대 물건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다주택자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부활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제도가 주택 투기에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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