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35층 아파트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판자촌인 ‘구룡마을’이 최고 35층 3520가구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신혼부부용 장기 전세 주택(시프트)도 300가구 들어간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올해 안에 구룡마을 주민들을 인근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키고 내년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2029년 완공하는 게 목표다. 1980년대 후반 철거민들이 모여 형성된 구룡마을이 40여 년 만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내용의 개발 계획안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고 31일 밝혔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 지정 당시 계획을 수정해 용도지역을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 조정하고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개선한다. 용적률은 160~170%에서 230~240%로, 최고 층수는 15~20층에서 20~25층으로 올린다. 준주거지역인 양재대로변에는 35층 주상복합을 짓는다.
이에 따라 가구 수가 2838가구에서 3520가구로 682가구 증가한다. 공공 임대주택은 1107가구에서 1707가구로 600가구 늘어난다. 이 중에는 오세훈 시장이 지난 29일 저출생 극복 대책으로 발표한 신혼부부용 장기 전세 주택도 300가구 포함된다. 신혼부부가 입주해 아이를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고 아이 수에 따라 20년 뒤 시세보다 10~20% 싼 값으로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다.
구룡마을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개포동 일대 무허가 주택을 철거하면서 철거민들이 형성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축구장 37개와 맞먹는 26만7500㎡ 크기의 대규모 판자촌이다. 한때는 2000가구가 모여 살기도 했다. 아직도 연탄을 쓰는 집이 많아 불도 자주 난다. 작년 1월에도 60여 채가 불탔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으나 보상 방식 등을 두고 주민과 서울시 등이 대립하면서 사업이 표류했다. 무허가 판자촌 주민들은 인근 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지만 일부 주민은 아파트 분양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구룡마을에는 280여 가구가 남아 있는데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이주·보상 협의를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이주·보상 절차를 마치고 내년에 착공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협의 보상이 안 되면 강제 수용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역 앞 ‘쪽방촌’도 33층 업무 빌딩으로 재개발된다. 부지에 쪽방촌 주민 180가구가 살 임대주택을 먼저 지은 뒤 업무 빌딩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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