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이 2조로 키운 아워홈, 남매 다툼에 회사 팔릴 판

신지인 기자 2024. 6. 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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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 역할 구미현씨 지원에 ‘4차 남매의 난’ 장남 구본성 승리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구본성 전 부회장.

국내 2위 식자재 유통 기업 아워홈에서 벌어진 4차 ‘남매의 난’이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아워홈은 고(故) 구자학 회장이 2000년 LG유통에서 독립해 세운 회사로, 그의 자녀(1남 3녀)인 구본성(전 부회장)·미현(현 이사)·명진(전 캘리스코 대표)·지은(현 대표이사 부회장)씨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은 2017년부터 3차례 경영권 분쟁을 벌였는데, 그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장녀 구미현씨가 이번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줘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잃게 됐다. 대신 지분 매각을 추진하던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가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아워홈은 매출 2조원 달성을 코앞에 두고 창립 24년 만에 경영권 매각 절차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아워홈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부회장의 재신임안 통과가 불발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3일 임기 만료와 함께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다. 반면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주총에 올린 구재모(구 전 부회장의 아들)씨의 사내이사 선임 건은 통과됐다.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아워홈의 사내 이사(총 3명)는 구재모씨를 비롯해 구미현씨, 이영렬(구미현씨의 남편)씨 등 모두 구본성 전 부회장 측 인사들로 채워지게 됐다.

그래픽=김하경

LG가(家) 구자학 회장과 삼성가 이숙희 여사가 세운 아워홈은 지분 98% 이상을 그들의 자녀가 갖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구미현씨 19.28%, 구명진씨 19.6%, 구지은 부회장 20.67%로, 구본성 전 부회장에게 1명만 협조해도 지분이 50%가 넘는 구조다. 그동안 구본성 전 부회장은 자신의 지분과 구미현씨 지분을 합한 57.84%로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경영권 매각을 논의해왔다. 매각에 성공하면 아워홈은 전체 지분 60%가량을 차지하는 새로운 대주주를 맞게 된다. 구체적인 매각 계획은 대표이사 선임 후 가시화될 예정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주총 직전까지 아워홈의 배당금 최대치인 5331억원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분을 현금화하려는 모든 주주가 만족할 만큼의 금액은 아니었다. 구미현씨도 자사주 매입이 아닌, 구본성 전 부회장과 연합해 사모펀드 매각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미현씨는 주총 전날인 30일 “내가 대표이사직에 오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동생인 구지은 부회장의 연임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씨는 언니인 구미현씨에 대해 협약 위반 위약금을 물리는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세 자매는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 해임안을 통과시키면서 모든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협약을 맺었는데, 이를 구미현씨가 이번에 어겼다는 것이다. 구지은 부회장 측은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구미현씨에게 위약금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위약금은 최대 1200억원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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