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vs 로이스, 누가 이기든 아름다운 이별
마르코 로이스(35·도르트문트)와 토니 크로스(34·레알 마드리드)는 독일이 배출한 ‘천재 미드필더’로 축구 팬들 사랑을 받았다. 뛰어난 득점력을 갖춘 플레이메이커 로이스와 중원에서 탁월한 공수 조율 능력을 자랑하는 크로스가 오랜 시간 활약한 클럽에서 작별 인사를 앞두고 있다. 두 선수가 ‘라스트 댄스(Last Dance)’를 보여줄 무대는 유럽 최강 클럽을 가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한국 시각으로 2일 오전 4시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UCL 결승전은 대회 최다 우승(14회)에 빛나는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1997년 이후 27년 만에 정상을 노리는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맞대결이다. 우승 팀은 2000만유로(약 300억원), 준우승 팀은 1550만유로(약 230억원)를 가져간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6년부터 3년 연속 UCL 정상에 올랐고, 2022년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크로스는 네 번 UCL 결승전에 모두 선발 출전해 빠짐없이 ‘빅 이어(Big Ear·양쪽 손잡이가 큰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UCL 우승 트로피 별칭)’를 들었다.
크로스에게 이번 결승전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다. 2014년 입단해 464경기에서 28골 98도움을 올린 그는 독일 대표로 오는 14일 막을 올리는 2024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24)까지 소화한 뒤 현역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30대 중반임에도 여전히 세계적인 기량을 보여주면서 한 시즌 최고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 후보로도 꼽히는 그는 “최고 수준에서 내 경력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박수 칠 때 떠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고별전이었던 지난달 26일 라 리가 경기에선 팬들이 크로스를 위해 ‘Gracias, Leyenda(고맙습니다, 전설)’라 쓰인 대형 걸개를 내걸었다. 그는 “선수 생활 마침표를 레알 마드리드에서 찍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뛰어난 축구 지능과 넓은 시야로 경기를 지휘하는 크로스는 ‘마에스트로(거장)’라 불린다. 늘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간다고 해서 ‘아이스 맨’이란 별명도 있다. 그는 “레알에서 마지막 경기란 생각은 잊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열정남’ 로이스는 “이번 결승전 승리로 도르트문트 커리어에 정점을 찍고 팬들과 작별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12-2013시즌을 앞두고 묀헨글라트바흐에서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그는 올 시즌까지 428경기에 나서 170골 131도움을 기록했다. 구단 역사상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을 보유한 그는 리그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의 거듭된 러브 콜을 거부하고, 도르트문트에 남았다. 팬들은 그 의리에 감동했다. 하지만 지난달 구단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지난 18일 도르트문트 팬들이 분데스리가 최종전에서 등번호 11과 함께 ‘Danke Marco(고마워요, 마르코)’라 쓰인 대형 카드 섹션을 펼쳐 보이자 로이스는 8만여 관중에게 맥주를 한 잔씩 돌리기도 했다.
그에게 이번 UCL 결승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최상의 무대다. 도르트문트에서 12시즌을 뛰면서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도르트문트에서 뛴 첫 시즌인 2013년 UCL 결승에 출전했으나 바이에른 뮌헨에 1대2로 패하며 우승을 내준 기억도 씻을 기회다. 로이스는 “오래 몸담은 팀과 이별하는 경기에서 UCL 우승을 하는 것만큼 멋진 결말은 없다”고 말했다.
결승 무대에서 지략 대결을 펼칠 두 감독은 카를로 안첼로티(65·이탈리아)와 에딘 테르지치(42·독일).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 안첼로티는 UCL 최다 우승(4회)을 자랑하는 ‘우승 청부사’. 반면 도르트문트를 이끄는 테르지치는 2021년 DFB포칼이 유일한 우승 기록인 신예 감독이다. 둘 다 전략가라기보다는 리더십을 앞세워 선수단 관리에 능한 덕장 스타일로 꼽힌다. 전문가들이나 축구 도박 사이트에선 일단 압도적으로 레알 마드리드 우세를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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