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아재 안에 선재
지난 28일 종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대본집 세트가 예약 판매만으로 5월 넷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정식 출간은 7월 22일. 판매 사흘 만에 2만부가 나갔답니다. “살면서 드라마에 미쳐 대본집까지 사는 건 처음.” 배우 변우석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선재’에 빠진 열성팬들이 잇달아 댓글을 달았습니다. 구매자 중 30~40대 여성 비율이 58.7%로 절반이 넘습니다.
9년 차 배우 변우석을 일약 스타로 만든 이 드라마는 30대 여성 ‘솔’(배우 김혜윤)이 타임슬립을 거듭하며 과거로 가 미래를 바꿈으로써 자신의 최애 아이돌 스타 ‘선재’를 죽음으로부터 구하는 내용입니다. 이른바 ‘쌍방 구원 로맨스’. 선재는 사실 솔이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오래전부터 솔이를 짝사랑했거든요. 솔이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구해준 이도 알고 보니 선재였고요.
현재의 선재 열풍이 영화 ‘건축학 개론’의 수지가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했을 때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다정한 순정남 선재의 캐릭터는 첫사랑보다는 ‘연애 초반의 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고, 너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 말하던 ‘그’의 이데아가 바로 선재인 것이죠. 시간이 흐르면 풋풋하게 반짝이던 그는 사라지고 권태롭고 지친 ‘아재’만 남지만, 그 내면 어딘가 한때 나를 설레게 한 ‘선재’가 있겠지요.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스미는 것”이라는 솔이 할머니의 말이 시청자들 가슴을 울린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겁니다.
따라서 3040 여성들이 선재에게 열광하는 건 익숙한 당신에게서 다시 선재를 불러내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아내가, 여자 친구가 선재에게 열광한다고 너무 서운해 마세요. 그녀의 속내는 이럴지도요. ‘네 안에 선재 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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