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장르소설] 사랑에 빠진 마법사는 마력을 팔았다, 그녀를 위하여
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장편소설 | 래빗홀 | 288쪽 | 1만6800원
읽을 책이 많아 허덕이면서도 동시에 놓친 책이 있을까 마음을 졸인다. 그러니 책의 급류 속에서 반짝 솟구치는 한 권을 낚아채게 되었을 때의 짜릿함은 포기할 수가 없다. ‘갈아 만든 천국’도 그렇게 솟구친 책이었다. 갈아 만들다니, 천국을?
주인공은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물컵에 담긴 물을 반으로 갈랐다’는 천재 ‘허무한’. 마법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기초적인 기술이지만, 그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아이였기에 놀라운 일이다. 마법부 공무원은 허무한의 마력 등급을 A-로 판정한다. 허무한은 S대 응용마법학과에 장학생으로 합격하고, 고향에는 플래카드가 걸린다. 대학에 가니 마법 유치원, 마법 과외, 미국 AP 마법학 같은 단추를 차근차근 채우며 살아온 동기들이 수두룩하다. 기죽을 필요는 없다. 허무한은 오직 재능으로만 해냈으니까. 그런데도 자꾸 의기소침해진다.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어딘가 귀족의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 ‘서지현’과 연애를 하기 위해, 한 세계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그는 위험한 선택을 한다. 마력의 근원인 ‘역장’, 그 보랏빛 체액을 팔기로 한 것이다. 대가로 받는 것은 8000만원.
손실된 역장은 서서히 재생될 거라고 한다. 그러나 언제쯤 완전한 회복을 말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역장이 누구에게나 호환되는 부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게 역장을 영혼에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장을 사고팔고 훔치고 욕망하는 세계를 따라가면 진짜 궁금한 역장의 안부에 닿게 된다. 허무한의 역장? 아니, 당신 말이다. 지금 당신의 역장은 안녕하신지 묻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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