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집] 튀어 오르는 공처럼… 심장 박동을 닮은 詩와 하이파이브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권민경 시집 | 152쪽 | 문학동네 | 1만2000원
권민경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는 그야말로 박동하는 생의 리듬과 활력으로 충만한 시집이다. 그간 두 시집에서 특유의 발랄하면서도 냉소적인 유머로 매력을 선보인 바 있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온갖 아픔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삶의 의지를 노래하는 데 집중한다. ‘애틋하며 그만큼 혐오스러운/ 별은 빛나고// 아침에 다 사라졌다가/ 다시 반짝 나타나는// 살아 있기에 쓴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쓴다.’(‘자연-별’)
살아 있음의 이유와 목적이 글쓰기에 대한 의지와 온전히 중첩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닥을 치고 튀어 오르는 공처럼, 죽음의 심연으로 뛰어내렸으나 반복해서 솟구쳐 오르는 생의 불가해한 탄성력 속에서 그녀의 말이 탄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는 말. 달리는 말. 예민한 말. 수틀리면 주인이라도 떨구는, 사실 주인이 없는 거대하고 무거운 생물. 가는 다리로 달리는 말들. 입에 편지라도 물고 뛸 거 같은.’(‘자연-뛰는 심장으로’)
이처럼 심장 박동을 닮은 권민경의 시는 신생의 의지를 불러오는 리듬을 체현함으로써, 삶에 대한 새로운 열망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팀파니 주자여 찢어진 가슴을 더 두들겨 찢어주시고/ 새 자루에 새 술 담듯 새 악기에 새 사랑과 새 영혼과/ 그 모든 일련의 질량 없는 것들 가득 담아주소서.’(‘팀파니 연주자여 내게 사랑을’) 살아 있음에 대한 이토록 맹렬한 사랑의 찬가라니. ‘지구를 내리치는 거대한 손// 늘/ 하이파이브하고 싶은/ 계절은 여름.’(‘닳은 공’) 그녀의 시와 하이파이브하고 싶어지는 우리의 계절은 이제, 다시,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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