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향한 독재자의 집착, 세계를 불행에 빠뜨렸다

유석재 기자 2024. 6. 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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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와 미학의 힘

프레더릭 스팟츠 지음 | 윤채영 옮김 | 생각의힘 | 688쪽 | 3만7000원

1934년 독일 뉘른베르크 나치 전당대회를 다룬 레니 리펜슈탈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의지의 승리’를 본 사람은 전율을 느끼기 마련이다. 깃발과 조명으로 화려하게 연출한 연단에서 히틀러는 격정적인 연설을 펼친다. 예전 미국에서 이 영화의 DVD를 출시했던 곳은 공포영화 전문 회사였다. 그런데 히틀러는 이 모든 것을 철저하게 기획했기 때문에 전율과 공포를 불러오는 것이 가능했다.

미국 외교관 출신 연구자가 쓴 이 책은 ‘미학을 활용한 독재자’ 히틀러에 대해 파헤친다. 젊은 시절 화가를 꿈꿨던 히틀러는 예술가적 기질을 지닌 인물이었으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매료돼 있었고,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예술을 통해 유럽을 재건하겠다는 욕망을 버리지 않았다.

바그너의 오페라를 통해 나치 이념을 홍보하는 등 건축·회화·음악 등 온갖 분야에서 예술적 비전을 펼치며 독일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려 했다. 뉘른베르크 당 대회를 비롯한 장대한 퍼포먼스와 상징적 연출은 그 ‘미학’의 일부였고, 대중을 파괴적인 전쟁으로 이끄는 방법의 하나였다. ‘미적 이상’을 구현하려는 뒤틀린 욕구가 어떻게 세계를 불행에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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