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벽돌책] 정치인 간디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그를 공연가로 해석하라
창조적인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한다. 교육부 장관도 대기업 회장도 그렇게 말한다. 거기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단다. 학교에서는 창조성을 키운다는 방향으로 교육 제도가 수시로 바뀌고, 학원에서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이야말로 창조성을 쑥쑥 키워준다고 큰소리친다. 그런데 다들 창조성이 뭔지 알고는 있을까? 학자들은 그게 정의하기 어렵고 어떻게 발휘되는 건지 모른다고 하던데.
다중 지능 이론을 창시한 세계적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738쪽짜리 책 ‘열정과 기질’(북스넛)에서 창조성 문제를 파고든다. 접근법은 단순하다. 20세기 각 분야에서 창조적인 업적을 남긴 거장 7명의 삶을 분석해 그들의 성격과 선택, 환경에서 공통점을 찾는다. 가드너가 고른 인물은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T. S. 엘리엇, 마사 그레이엄, 그리고 조금 놀랍지만 마하트마 간디다.
가드너에 따르면 창조적 거장들은 성취를 중요하게 여기는 부르주아 집안에서 경계인으로 자라났고, 청년기에 대도시에서 동료들과 교류하며 지적 자극을 받았다. 엄격한 양심을 지녔으나 자신의 작업을 위해서라면 타인에게 매우 무자비해질 수 있었다. 그들은 자기 분야에서 첫 번째 혁신을 이루고 약 10년 뒤에 두 번째 도약에 성공하며 대가가 됐다.
그런 ‘분석 결과’를 읽어도 창조성의 본질이 뭔지, 어떻게 하면 그걸 키울 수 있는지 썩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대상을 제대로 고른 건가, 지나친 일반화 아닌가 하는 의문에 대해 긴 설명이 있지만 썩 개운치 않다. 그럼에도 나는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는데, 저 ‘결론’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세기의 위대한 예술가와 사상가에 대한 100쪽짜리 평전 7편 모음이라고 여기며 책장을 넘길 때 가장 재미있고 매력적이다. 문장은 편안하고 관찰은 예리하다. 창조성이라는 관점에서 거장들을 바라보며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간디를 창의적 공연가로 해석하면 그의 정치적 재능과 결코 순진하지 않았던 전략이 보이는 식이다. 20세기라는 시대에 대한 분석도 무척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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