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8석은 큰 숫자” 엄중한 위기 의식 없는 국민의힘

조선일보 2024. 6. 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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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충남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난 30일, 국민의힘이 충남 천안에서 워크숍을 했다. 192석에 달하는 범야권에 맞서 108석의 소수 여당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 논의하고, 총선 패배를 성찰하는 자리를 예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까지 참석했으니 당정 관계에 대한 새로운 모색도 기대했지만 워크숍은 이런 예상과 달랐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108석을 소수 정당이라고 하는데 108석은 굉장히 큰 숫자다. 우리 뒤에는 대통령이 있는 정말 강력한 정당”이라고 했다. 지도부가 “똘똘”을 선창하자, 의원들은 “뭉치자”를 세 번 외쳤다. 여권이 뭉치자는 다짐 소리는 컸지만, 대통령실의 거수기 노릇만 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정책과 민생 이야기 대신 탄핵과 단결 이야기만 나와 이상했다”는 말이 나왔다.

야권이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고 특검을 남발하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당정 단합을 강조하고 주눅 들지 말자고 격려할 수는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인식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총선 직후부터 친윤계 일부에선 “4년 전 때보다 의석이 5석 늘었고 득표율 격차는 8.45%포인트 차이에서 5.4%포인트로 줄었다. 3%만 더 가져오면 대선에서 이긴다”고 했다. 코로나 위기와 야당 입장에서 치렀던 4년 전과 이번 총선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워크숍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나간 것은 다 잊고 우리가 한 몸이 되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애초 워크숍에서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초대형 방사포를 쏘고 최근 GPS 전파 교란, 오물 풍선 같은 복합 도발을 한 것도 ‘금주’에 영향을 미쳤다. 2년 전 여당 워크숍 때는 술 반입 금지 방침에도 일부 의원들이 술을 마시다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내가 욕 좀 먹겠다”며 맥주를 돌렸고, 의원들은 “윤석열 파이팅”을 외쳤다. 어찌 보면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의석에서 거의 두 배 차이가 날 정도로 크게 진 정당이다. 앞으로 3년 국정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3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1%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70%로 취임 후 최고치였다. 일시적 수치가 아니라 일관된 하락 추세에 있다. 사회의 중추인 40대에서 지지율은 단 8%였다. 이런 정당의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엄중한 위기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워크숍 마지막 날인 31일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지난 총선에서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민심을 두려워하는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민심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특검법 반대를 위해 상관도 없는 민생 법안까지 한꺼번에 거부하나. 앞으로 큰 변화가 없으면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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