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선데이] 아프리카는 왜 실패하는가
우리에게 뼈아픈 식민지배 역사가 있듯이 아프리카 국가들도 그러하다. 콩고는 서유럽 전체만큼 큰 땅에 리튬, 코발트 등 온갖 광물이 매장된 자원 부국이다. 그러나 애덤 호크차일드가 쓴 책 『레오폴드왕의 유령(King Leopold’s Ghost)』을 보면 콩고는 19세기 ‘아프리카 쟁탈전’에 뛰어든 벨기에의 국왕 레오폴드 2세의 개인사유지가 되어 피눈물 나는 수탈을 겪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자전거와 자동차의 타이어용으로 고무수요가 폭증했다. 레오폴드 2세는 야생고무나무에서 고무수액을 채취해오도록 마을별로 고무쿼터를 할당하였고, 원주민들이 쿼터를 채우지 못하면 손목이나 코, 귀를 잘랐다. 쿼터를 못 채운 원주민들은 처벌이 무서워 마을을 버리고 도망갔고, 굶주림과 질병으로 그의 수탈체제 하에서 천만 명의 콩고인들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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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 시민사회 형성 등 미흡
정권과 결탁한 소수가 부 독점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계기로
한국의 고성장 경험 전수되길
」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역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는 많은 아프리카국가들이 왜 실패하는지에 대해 탁월한 분석을 보여준다. 그들은 빈국이 가난한 원인을 소수의 권력이 사리사욕을 채우는 ‘착취적인 경제제도’에서 찾는다. 반면 부국들은 공평한 경쟁의 장을 통해 신기술 개발과 투자를 북돋우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콩고와 한국이 중요한 사례로 나오는 게 흥미롭다. 콩고왕국 시대에 왕은 농업발전에 필요한 쟁기대신 포르투갈 상인들로부터 총을 구매했다. 농업을 발전시키는 것보다 노예를 잡아 파는 것이 훨씬 수지 맞는 중요한 장사였기 때문이다. 콩고인들도 쟁기 도입에 관심이 없었다. 쟁기를 도입해서 생산성을 올려봤자, 대부분을 왕에게 빼앗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같은 빈국이었던 한국의 경우, 정치는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착취적 체제였으나 경제는 다수를 위하는 포용적 경제체제였다는 게 콩고와 달랐다. 또한 1980년대 이후 한국은 민주화를 통해 정치제도마저도 포용적으로 변화해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현대판 ‘아프리카 쟁탈전’에 나선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은 대규모 차관을 통해 공항, 항만, 도로를 건설해주고 광물채굴권을 받아냈다. 콩고주재 중국대사는 내게 인프라-광물채굴권 교환을 중국과 콩고간의 ‘윈-윈 패키지’라고 했다. 러시아는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을 활용하여 말리, 모잠비크 등에서 독재 정권을 도와주는 대가로 각종 광물 채굴권을 받았다. 그러나 양국은 현지인들의 반감도 많이 사고 있다. 콩고에서는 시위가 벌어지면 군중들이 중국 가게를 약탈하곤 했다.
서방국가들은 수백 년에 걸쳐 경제발전을 이루어 아프리카가 따라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서방국가가 원조라는 물고기를 준다면, 우리는 ‘단기간에 걸친 경제발전 경험’이라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전수해 줄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아픈 식민지 역사를 유일하게 공유할 수 있는 선진국이다. 이제 아프리카와의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아프리카는 젊은 대륙이고 잠재력이 엄청난 대륙이다. 북방외교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듯이 우리 외교는 또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그 미래에 아프리카가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가 정치·경제발전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권기창 전 주우크라이나·주콩고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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