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지구촌의 날씨는 올해도 심상찮다. 며칠 전 인도 뉴델리의 낮 기온은 섭씨 52.3도까지 치솟았다. 이 지역의 관측 사상 최고치다. 이 책 『폭염 살인』의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지구 ‘온난화’라는 유순한 표현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극단적 상황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다.
미국 언론인으로 기후, 에너지, 환경 등을 20년간 다뤄온 저자는 지난해가 ‘인간이 지구에서 겪은 가장 뜨거운 한 해였다’는 것부터 전한다. 19세기 말에 비해 1.48도가 더 더웠는데, 이는 연초 기후학자들의 예상과도 다른 결과였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점, 몇 년에 한 번 발생하는 엘니뇨가 겹친 점 등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사후 분석보다 어려운 것이 장래 전망. 저자가 만난 기후학자 중에는 “이제 매해가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이도 나온다.
진화도 빠질 수 없다. 이른바 ‘열 관리’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중요한 기술. 지은이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다른 포유류와 달리 땀샘 중에 에크린샘이 발달했고, 덕분에 몸을 움직이고 이동하면서 열을 조절하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한다. 한데 이런 진화적 특성은 기존의 기후에 최적화된 결과다. 이를 벗어나고 있는 기후 변화의 속도를 인류가 진화를 통해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저자는 폭염으로 인해 숨진 사람들의 사연으로 시작해 식량 문제, 전염병 문제도 짚는다. 주요 농작물의 작황이 나빠져 식량 문제가 대두하면 몇몇 나라에서 보듯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모기나 진드기를 통해 특정 전염병이 새로운 지역에 창궐하는 과정을 비롯해 여러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도 비교적 알기 쉽게 풀어낸다. 특히 해양에서도 폭염이 발생하고 있고, 그 여파가 엄청나다는 사실 역시 전한다.
하지만 이 책은 위협적인 사실을 열거하며 독자를 비관에 몰아넣는 쪽은 아니다. 콘크리트 위주의 도시 문제 얘기를 봐도 그렇다. 인도 첸나이의 빈곤층 거주지역과 더불어 예로 드는 곳은 미국 북서부 도시 포틀랜드. 나무를 보기 힘든 포틀랜드 빈민가의 기온이 51도를 넘을 때, 녹지와 공원이 풍부한 교외 부유층 거주 지역은 37도였다. 빈부 격차가 기온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은 한편으로 도시를 개조해 폭염에 대처하는 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특히 저자가 걱정하는 도시는 올여름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 프랑스에서도 마르세유 같은 남부 도시는 상대적으로 폭염에 대처하는 데 익숙하다. 파리는 이런 경험이 적을뿐더러 도시 규모에 비해 녹지 비중이 낮은 편이고, 특히 19세기 대대적인 도시계획 속에 지어진 건물들의 함석지붕이 폭염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이 책은 매년 허리케인이나 홍수로 숨지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폭염으로 숨진다고 전한다. 이와 함께 허리케인처럼 폭염에도 등급을 매기고, 이름을 붙이자는 주장도 전한다. 생뚱맞게 들릴 수 있지만, 스페인 남부 도시 세비야는 실제로 폭염에 이름을 붙여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미국의 농장에서 일하다 무더위 속에 숨진 노동자의 사연을 전하는 대목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더위로 인한 죽음을 막는 데에는 최첨단 기술이나 비싼 기계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늘, 시원한 물, 휴식이 필요해요. 그게 전부에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 저자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하려 하는 등의 구상 역시 비교적 긍정적인 시선으로 조명한다. 다가올 여름, 폭염에 대비하는 마음으로 읽어봄 직한 책이다. 원제 The Heat Will Kill You First: Life and Death on a Scorched Planet.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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