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치이카와
‘치이카와’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한국이나 중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일본 캐릭터 굿즈를 왜 굳이 한국에서 찾냐”고 물어봤더니 “한국 한정판이 일본에서 유행”이라는 것이다. 한글로 ‘먼작귀’라고 쓰인 것이 귀엽게 보여서 그런 것 같았다. 친구는 나(82년생)와 또래지만, 일본에서는 어른들도 캐릭터에 열광한다.
일본 캐릭터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2022년에 2조6136억 엔(약 22조7673억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된 것이 ‘가챠가챠’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뽑기 기계’다.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상품이 들어 있는 캡슐이 나온다. 기계로 돌릴 때 나는 ‘철컥철컥’ 소리를 일본어로는 ‘가챠가챠’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관련 시장 규모는 2022년에 600억 엔(약 5220억원)을 넘어섰다.
사실 ‘치이카와’는 아주 일본스러운 이름이다. 일본 사람들은 작고 귀여운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고(故) 이어령 선생님도 저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이런 성향을 강조했다. 한국에 온 일본 친구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 중 하나는 “도로에서 경차가 별로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경차에 ‘작고 귀엽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다. “주차 편하고 연비 좋은데 왜 한국 사람들은 많이 안 타는지 의아하다”고 한다. 최근 나는 기존의 중형차를 팔고 경차로 새로 샀다. “경차를 타면 우습게 보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친구도 있었다. 실제 도로에서 내 차 앞으로 거칠게 끼어드는 차가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 경차는 ‘귀엽다’ 보다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어쨌든 ‘치이카와’ 굿즈를 손에 넣은 친구는 기뻐했지만, 한국에서 구입한 것이 일본 캐릭터 굿즈라는 점에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으로서 뭔가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나리카와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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