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진화가 생물학적 진화로
조지프 헨릭 지음
주명진·이병권 옮김
21세기북스
인간은 수수께끼의 존재다. 생물학적으론 먹이와 서식처를 찾고 포식자를 피하기도 힘겨울 정도로 연약하다. 그런데도 덩치 크고 힘센 다른 생물종을 제치고 지구의 지배종이 됐다.
비결은 무엇일까. 진화생물학에선 인류가 타고난 지능과 정신 능력을 바탕으로 자연선택과 성선택을 거쳐 진화해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 교수인 지은이는 20여 년에 걸친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문화-유전자 공진화’ 이론을 열쇠로 제시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인간은 집단적·사회적으로 서로 연결하고 협력하면서 학습한 정보와 지적 성취를 섬세한 언어로 교환·기록하고 이를 다음 세대로 대물림하는 ‘집단두뇌’ 활동을 펼쳤다. 이렇게 규범·제도를 만들면서 이룬 문화적 진화는 성선택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 선택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생물학적 진화에 개입했다. 문화적 진화가 생물학적 진화로 확장했다는 게 이론의 핵심이다.
실제로 인간의 후두는 다양한 소리를 내기에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눈의 흰자위, 즉 공막은 사냥하면서 다른 인간에게 눈짓을 보내고 협력하기 좋도록 넓은 쪽으로 자연선택이 이뤄졌다. 인간은 공막의 대부분이 눈에 띄기 쉬운 흰색으로 이뤄진 거의 유일한 종이다.
문화적 진화는 짝짓기·친족관계·양육·식량공유 등을 걸쳐 ‘자기 길들이기’로도 이어졌다. 그 결과 인간은 친사회적이고 순종적이며, 공동체 의존적인 종으로 진화했다. 지은이는 지역이나 집단에 따라 공정성·인내·명예에 대한 의식이나 분석적 사고력, 속이려는 경향 등이 서로 다른 원인을 문화적·심리적, 그리고 생물학적인 차이에서 찾는다. 결국 인간의 복잡한 행동을 이해하려면 문화·생물학·유전자·심리·역사를 개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이런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힌 복합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구촌의 다양한 분쟁과 갈등, 인식차이를 극복하는 정책 마련에도 유용해 보인다. 원제: The Secret of Our Success: How Culture Is Driving Human Evolution, Domesticating Our Species, and Making Us Smarter.
채인택 전 중앙일보 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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