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원산폭격

김홍준 2024. 6.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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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혹행위의 대명사로 꼽자면 ‘원산폭격’이었다. 비속어가 연속하는 “대가리 박아” 대신 쓰기도 했지만, 사자성어처럼 점잖은 말이 아니다.

뒷짐 진 채 엎드려 머리를 바닥에 대는 모습이 한국전쟁 때 원산을 폭격하느라 급강하하던 폭격기 모습과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모든 체중을 받아내는 머리와 바닥 사이, 병뚜껑을 뒤집어 놓도록 한 경우도 있었으니 가혹을 몇 제곱한 셈이다. ‘한강철교’는 ‘엎드려뻗쳐’한 여럿이 다리를 뒷사람의 어깨에 걸쳐 놓아 ‘사람 다리’를 만드는 것. 팬티만 입고 장시간 서 있는 ‘팡파레’와 침상 밑으로 들어가는 ‘쥐잡기’ 등도 있었다.

강원도의 한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숨졌다. 군 당국이 1990년대 근절에 나서, 최소한 봉인이라도 돼 있을 것 같던 가혹행위 용어들이 이참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씁쓸하다.

“나 때는 다 그랬어” “나약해 빠져서…”라고 말하는 이들도, ‘쌍팔년도(구시대)’ 군대로 돌아가고 싶진 않을 것이다. 이젠 군기 확립도 ‘대가리를 박는’ 대신 상하 ‘머리를 맞대야’하는 시대다. 배식 일찍 받게 해준다고 “선착순” 호령에 게거품 물도록 뛰게 하는 시대는 아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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